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평창동계올림픽과 평창패럴림픽이 성황리에 끝났다.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만큼 평소보다 많은 스포츠 스타를 낳았다. 대표적으로 ‘안경선배’와 ‘영미~’라는 유행어를 낳은 여자컬링부터 썰매 종목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 선수, 멋진 은메달이였지만 아쉬움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이상화 선수까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이렇게 화려하게 비춰지는 스포츠계 뒷면에는 현역에서 은퇴하고 생활고를 겪고 있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2015년 6월 강원도 춘천시의 한 임대 아파트에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 씨가 생활고로 고독사했다.올해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 알렉산더 겜린 팀은 후원사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훈련 경비를 보태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화려한 스포츠 스타의 이면에는 빛과 어둠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체육계의 문제를 훌륭하게 풀어낸 사례가 있다. NH농협은행 경기도청출장소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홍현휘(27)씨가 그 주인공이다. 테니스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선수생활을 보낸 후 은퇴와 함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홍현휘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NH농협은행과는 선수생활동안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고 들었다.

“선수생활은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18년 정도 했다. 농협에서 선수생활은 12년 정도 된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NH농협은행팀에 들어왔다. 그때는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정식 선수가 될 수 없었는데 단장님이 좋게 봐줘서 주니어 육성선수와 후원선수로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 때 정직원으로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은행 선수로는 9년을 활동하고 은퇴 후에 농협 직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보통 다른 선수들은 은퇴와 함께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은퇴와 함께 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시청이나 구청 소속 선수들이 정직원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드믄 케이스다. NH농협은행팀은 다른 팀과 달리 선수를 그만둬도 다른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팀이다. 때문에 다른팀에 비해서 곱절은 힘들다. 돌이켜보면 운동선수 시절 열심히 하면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앞만보고 달려왔던 부분들도 있는 것 같다.”

―은행 업무를 시작하기로 결정하는게 쉽진 않았을 것 같다.

“먼저 은퇴한 언니들 중에도 (저와)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쉽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줬었다. 그러면서 했던말이 운동했으니깐 그래도 잘 버틸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도 해줬다. 경기도청출장소에 와서 일을 시작해보니 그 말이 정말 다 맞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운동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였는데 열심히 배워나가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가 궁금하다.

“테니스의 경우도 상대방도 있지만 선수 본인의 체력관리와 스스로와의 싸움이 큰데,은행업무는 상대가 있다. 테니스장은 기본적으로 엄청 큰 코트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경기인데 은행업무는 좁은 공간에서 상대방이랑 대화를 해야 하는 업무다 보니 처음에는 갑갑하게 느껴졌다.”

―선수들 입장에서 NH농협은행팀이 다른팀에 비해서 더 좋은가.

“선수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을 것 같다. NH농협은행팀은 은퇴하면 대부분 농협으로 다 들어온다. 그런 메리트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도 많이 버틴다. NH농협은행팀과 달리 다른팀들은 계약금이 크다. NH농협은행팀은 정직원으로 입사를 하는 개념이다보니 별도의 계약금은 없다. 여기서 장단점이 나눠지는데 다른팀은 선수로 활동하면서 돈을 많이 받지만 은퇴 후 재취업은 없다. 반대로 농협은 운동만 열심히 할 조건이 주어지는 편이라고 보면 된다. 운동선수는 기본적으로 운동을 잘해야지 계약금도 받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선수시절 힘들때마다 다른팀에 가서 큰 계약금을 받고 운동을 했으면 어떨까 생각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NH농협은행팀이라는 힘든 팀에서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기 때문에 성적이 좋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다른팀을 안 간 것에 후회는 없다.”

―선수생활에 미련은 없나.

“사실팀에서는 주장을 맡고 있었고 후배들의 나이가 많이 어렸기 때문에 감독남은 한 2년정도 더 선수로 뛰어주시길 원했다.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너무 어린나이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숙소생활도 오래하다보니 힘들고 지친 부분이 있었다.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게 맞다는 판단도 했다. 그런데 막상 선수생활을 그만두려니깐 포기하기가 너무 힘들더라.”

―지도자 고민은 하지 않았나.

“제가 좀 특이한지는 모르겠는데 어릴 때부터 코치라는 직업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코치선생님들을 보니 너무 힘들어보였다. 선수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자만 코치는 소속 선수도 키우고 케어하면서 선수들과 같이 매일 코트에서 뛰기도 해야 한다. 제가 농협에 들어온 이유도 그런 이유때문에 들어왔다. 어렸을 때 부터 언니들이랑 운동을 많이 했는데 NH농협은행팀은 그때도 은퇴 후 생활이 보장되서 인기가 많았다. NH농협은행팀 선수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기서 꼭 선수생활을 해야겠다는 꿈을 키웠었다.”

―은행원으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은 뭔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었다. 맨날 뛰고 움직이고 운동했던 선수였는데, 점심시간 빼고는 거의 앉아있다보니 집에가면 늦게 퇴근해도 웨이트장 갈 정도로 몸이 갑갑했다. 한 달 정도는 집에가면 바로 침대에 쓰러질 정도로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운동을 할 때도 머리를 쓰긴 하지만 몸을 주로 썼는데 출장소에서는 고객도 응대해야하고 돈을 직접 만져야 하다보니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려움도 있지만 은퇴 후에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점에는 하루하루를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복장도 낯설지 않나.

“너무 힘들었다(웃음). 안 신던 스타킹과 구두를 신고, 원래는 스타일도 편하게 입고 다니는 편인데 머리도 단정히 해야하고 화장도 해야하는게 낮설고 신기하기까지했다. NH농협은행 경기도청출장소에 와서 화장을 배웠다. 선수 땐 선크림만 바르면 끝이었다. 시상식때도 츄리닝 단정히 입고 모자만 썼었다. 여기 오니깐 최선을 다해 화장해도 좀 더 단정하게 하라는 얘기도 들었다. 바뀌는 환경이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재밌었다. 매일 운동만 하다 새로운 환경의 사람들 만나며 모르는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즐겁다.”

―선수때 하지 못했던걸 지금 하나.

“선수때는 너무 놀고 싶을때 못노는게 너무 힘들었다. NH농협은행팀은 외박이 없다. 주말 외출시간을 제외하면 외부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선수 그만두면 원없이 놀줄 알았는데 아직 적응이 안되서 쉬는날에도 잘 못놀긴 한다. 업무에 적응하면 원없이 놀고 싶다.”

―지금도 테니스를 치나.

“지금도 농협 직원들이랑 주말마다 경기를 하고 있다. 친오빠가 테니스선수다. 가정의 날이라 조금 일찍 끝나는 수요일 저녁에는 친오빠랑 꼭 테니스를 친다. 선수때도 연예인들 중에 취미활동하는 분들이랑 함께 경기를 하는 모임이 있었다. 같은 경기장에서 테니스를 쳐도 시합과 취미로 경기하는게 달랐다. 이제는 선수에 대한 부담을 내려놨으니까 재미있게 계속 테니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은퇴하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긴 여행을 가족과 함께 가보는게 꿈이였다. 선수 생활이 끝나고 교육을 갔다가 이틀만에 바로 재입사하는 바람에 여행을 못다녀왔다. 엄마랑 외국에 길게 다녀오고 싶다. 선수때 외국 경기를 많이 다녔는데 선수들은 경기에 참가하면 딱 경기만 하고 온다. 외국 경기 대부분이 유명한 관광지에서 열리는 막상 관광은 하나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나중에 놀러와야겠다고 찍어놓은데만 10군데가 넘는데 아직 한 곳도 못갔다. 꼭 엄마랑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는가.

“일단은 업무에 빨리 능숙해지는게 가장 큰 목표다. 당당하게 농협 직원으로서 자리잡고 좀 더 여유가 생기면 그때 새로운 계획을 짜보려고 한다.”

문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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