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밭에서

염부의 굽은 등으로 구월의 오후 햇살
하얗게 쏟아져 내리고 딸은 고무래질에 여념 없는
어머니의 고집을 이긴 적 없다
갇힌 바닷물, 지난날의 푸른 자유 아프게 덜어내
소금꽃 피우고 제 몸 말리면
세팅 직전의 보석처럼
하얀 육면체로 반짝이는 소금알 맺히곤 했다
저 반짝이는 알갱이들은
어머니 평생의 자존이었다
개구멍받이 어린 그녀
소금창고 멍석 귀 빌려 잠재우고
설움과 운명 밀쳐내듯
소금 고무래 더 힘껏 미셨던 어머니
바람 난 남편을 끝내 용서 못하고
친정으로 달려 온 그녀,
어린아이 되어 소금밭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하릴없이 소금 한웅큼 쥐어 소르르 뿌려본다
떨어져 흩어지며 하얗게 피는 울음꽃, 




양미자 시인

충남 논산 출생,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졸업, 2006년 10월 ‘문학시대’로 시인 등단, 계간 수원문학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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