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배운다


장대비 쏟아지는 연꽃잎사이에서
아무 생각 없이 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비워낼 줄 아는 지혜가 네게 있었다.

가득 채우고 힘들어 버둥거려야 할
이유가 너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힘에 겹고 버거울 땐 살짝 머리 숙이면
네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빈손.

또다시 들이치는 빗줄기와 연애하듯
반갑게 맞이하다가도 미련 없이
돌아서 버리는 야속한 연인 같은
무게를 느낄 수 없는 너에게

비움, 비움의 지혜를 배운다.





박경남 시인

1956년 서울출생, 2010년 아람문학 겨울호 시부문 등단, 2014년 아람문학 여름호 수필등단, 현재 아람문학운영위원 및 수원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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