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그렇다, 나도 당했다)는 해시 태그(#)를 붙여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 피해를 고백하고 고발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SNS를 이용한 캠페인을 말한다.

미국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우드에서 비롯한 미투 운동이 우리나라에서 본격화한지 2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피해 폭로가 기폭제가 된 국내 미투 운동은 법조, 문화, 예술, 대학, 종교계를 거쳐 정치권까지 사회전반으로 퍼져가고 있다. 고은 시인, 연출가 이윤택, 오태석씨 등 문화예술계 거목들이 성추문 폭로로 하루 아침에 지탄받는 인물로 추락하고 말았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던 인기 배우 조민기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배우 조재현, 오달수 등 유명인들의 성추행 의혹도 폭로됐다. 이주 여성, 장애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성폭력 피해 사실도 연일 드러나고 있다. 정치권으로 번진 미투 운동은 유명 정치인들을 낙마시키거나 곤경에 빠뜨렸다. 대권 주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중인 정봉주 전 의원도 인터넷 매체의 보도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역시 서울시장 후보경선을 준비하던 민병두 의원은 지난 10일 성추행의혹이 불거지자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근거없는 폭로와 가해자 주변에 대한 마녀 사냥식 비판이 단적인 예다. 한 매체가 2010년 초 데뷔한 아이돌 그룹 A씨로부터 한 여성이 성폭행 당했다고 보도하자 일부 네티즌이 가해자로 산들, 이창민 등을 거론하며 공격했다. 하지만 이들은 가해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여하튼 성윤리는 바로 서야 한다. 중국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두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제 선왕은 자신이 재물과 여색을 좋아한다는 고백이었다. 먼저 재물에 대한 맹자의 조언(助言)은 이렇다. “임금께서 재물을 좋아하시는 것이 백성들과 함께 한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백성에게 이로움을 주기 위해 군주(君主)가 재물에 밝은 것은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다른 고민거리인 호색(好色)에 관해 맹자는 이렇게 비유적(比喩的)으로 도움말을 주었다. “옛날 주(周)나라 건국조 문왕의 조부(祖父)인 태왕은 여색을 좋아해 그의 부인인 태강(太姜)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서경에 이르길 태왕은 난리를 피해서서쪽 물가를 따라 동쪽으로 말을 타고 달려가서 기산밑에 이르러 부인 강녀와 살 집을 살펴보았다라고 했습니다.” 이성을 좋아하되 부부가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다. 법구경에는 음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떨쳐버리면 생사(生死)의 문제가 모두 풀린다 하였다. 미투 운동은 우리사회의 오랫동안 켜켜이 묵혀 놓았던 추한 욕망들을 사회에 드러내 개인의 옳지 못한 습관과 행태가 또다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반복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여성과 문제가 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도덕성을 한 단계 높이는 국민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명수 경기도문화원연합회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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