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가 마무리 된지 한달여 시간이 지났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선수들의 출전 경기를 보며 뜨거운 성원을 보냈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 역시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그동안 일부 종목에만 의존했던 대한민국은 이번 평창 올림픽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숙제도 남았다.

빙상 강국으로 평가받을 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했던 쇼트트랙이 언제부턴가 올림픽에서 과거 명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 남녀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총 6개(금메달 3개·은메달 1개·동메달 2개)의 메달을 수확했지만, 전통의 메달 효자 역할에는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다.

특히 대한민국의 골든데이라며 기대를 모은 쇼트트랙 일정 마지막 날 충돌 사고와 레이스 도중 미끄러지는 참사로 금메달 수확에 실패했다. 물론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보면 경기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작용한다.실력과 상관없이 선수들 누구나 여러가지 상황들을 겪을 수 있고 이로인한 이변도 나오기 마련이다.

여운이 남는 만큼 아쉬움도 크다.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여자 대표팀 박세우 코치를 만나 대한민국 쇼트트랙 얘기를 들어봤다.



―국가대표도 했지만 선수시절에는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처음 시작한 이후 중학교 3학년때 주니어대표에 선발되고 대학교때 국가대표가 처음 됐다. 그때가 1991년도다. 대표가 처음됐을때는 국제대회 나가는 최종선발전을 하는데 1~2년동안은 떨어지고 3년부터는 조금씩 실력이 올라와서 유니버시아 대회 선발돼 첫 국제대회를 나가 500m와 5000m 계주에서 1등을 했다. 세계선수권 대회에도 계속 출전했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올림픽이다. 올림픽에 출전을 못해서 나가노올림픽까지 어떻게 해보려고 은퇴시기를 늦췄었다. 대표선발전에서 5명을 선발하는데 6위에 머물러 결국 올림픽 꿈을 못이루고 선수생활을 은퇴했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건가

“대표팀 그만두고 은퇴하면서 일반 강사로 지도자의 길을 걷다가 서서히 선수반도 가르치고 대학 조교팀을 들어가게 됐다. 체대 조교를 맡으면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차츰차츰 선수를 가르치는 것에 대한 열정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도자의 길로도 성공하고 싶었다.그러다가 뜻밖의 기회가 되서 국가대표팀 지도자를 2003년도에 처음 맡았다.그때 당시에는 감독, 코치가 남녀를 총괄했는데 지금은 남녀 구분해서 감독이라는 호칭은 거의 안쓰는 것 같다. 선임지도자나 코치라는 표현을 쓴다.”

―올림픽 개최전 여자대표팀 코치가 바뀌었다.심석희 선수 구타 사건이 있었고 이후 대표팀 코치로 부임했다.빙상연맹 경기 이사를 하다가 중간에 투입되면서 구원투수라는 말이 있었다. 힘들지 않았나.

“올림픽을 앞두고 국민들의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갑자기 대표팀 코치를 맡게됐다.기간이 촉박하다보니 준비하는데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경기 이사를 하면서 선수들 훈련 기간을 다 지켜봤고 경기도 지켜봤다. 그렇게 했던 것들이 도움이 됐다.”

―국민들에게 그동안 쇼트트랙은 월등한 실력을 자랑하는 종목으로 인식돼 왔다. 그만큼 높은 기대와 관심을 받아왔고 선수들 역시 부담은 됐겠지만 기대에 항상 보답했다.하지만 최근 쇼트트랙은 성적을 이어가고는 있다고 해도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다른 국가 선수들의 기량 역시 우리 선수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단은 오래전부터 한국지도자들이 많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한국의 지도방식, 기술 등이 외국에 노출됐고 훈련의 방식이라던지 실력이 평준화가 됐다고들 이야기 하는데 평준화는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만든거라고 생각한다. 외국선들이 많이 올라온 것도 있지만 예전같은 훈련들이 없어졌다. 훈련의 강도 등에 대한 얘기다. 우리나라가 정상을 유지해오면서 너무 기술적인 스케이트만 강조하고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체력적인 부분은 소홀히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체력을 우선적으로 해왔고 사실은 우리나라의 강점 중 하나였는데 그게 바뀌다보니까 평준화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부 경우 지금은 누가 우승할지 모를 정도로 평균화가 됐다. 여자부는 심석희, 최민정이라는 선수들이 나와서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변화가 필요한건 사실이다.”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던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명성을 다시 찾기 위한 숙제는 무엇인가.

“일단은 대표팀 지도자들의 생각이 개선되고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대표팀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선발해 구성하는거다. 선발된 선수들을 1년 동안 최상의 체력과 경기력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물론 선수들도 달라져야 할 부분이 있다.예전 선생님들이 무섭게 가르치던 환경은 바뀌었다. 솔직히 말하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도자들 역시 선수들을 훈련시키기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제도적으로도 개선돼야 할 부분도 많다.선수, 지도자 모두가 생각이 바뀌어야 다시 옛날처럼 정상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지금은 너무 나태해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제도라면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인가.

“선수 중 정말 실력있는 선수가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1위를 차지하고 누가봐도 올림픽에 나가면 금메달을 목에 걸 선수말이다.그런데 그런 선수가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실력이 없어서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의 실수로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 그럼 그런 선수를 포기해야하는 것인가? 지금의 선발 규정은 포기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이부분은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누가봐도 인정 할 수 있는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올림픽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왕따 등이 있었지 않나 과거에도 쇼트트랙도 그런이야기도 있었고 하는데 아직도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가.

“왕따 등이 나오는 종목을 보면 비인기종목에서는 그런 논란이 없었다.이제 스피드스케이팅도 많이나오기 시작한다. 오픈레이스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승부욕 등이 나쁘게 변질되면 왕따로 나올 수 있는 것이고 스피드스케이팅도 원래 그런것이 없다가 매스스타트, 팀추월 등 이런 종목이 나오면서 자꾸 불미스러운 일들이 나오는 것 같다.쇼트트랙은 원래 종목자체가 오픈레이스고 몸싸움도 해야되고 해서 과도한 승부욕 경쟁으로 인해 그런 상황들이 조금씩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스피드 매스스타트 같은 경우도 두선수가 팀플레이를 해서 금메달이 나왔는데 그걸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선수가 강요를 당했고 어쩔수없이 희생을 했다 하면 문제가 되지만 좋아하는 선배나 팀을 위해 해준 것이기 때문에 높이 칭찬해줘야 한다.일부에서는 희생한다고 나쁜 시선으로 보고있다. 사실 이건 외국선수들도 하고 있는 건데 이를 통해서 메달을 따는것이 옳은 것인지는 계속 숙제로 남을 것 같다.”

―평창 올림픽때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선수가 넘어졌을때는 어떤 생각을 했나.

“사실은 넘어지면 계주는 끝이다. 선수가 넘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펜스위에 올라가 있었다. 마음이 급하니까. 넘어지면 우리가 계획한 순번들이 모두 꼬여버린다. 지도자는 거기서 남은 바퀴수를 급하게 계산하고 전달해주는 역할밖에 못해준다.그래서 펜스에 올라가서 너는 몇바퀴 너는 몇바퀴 남았다는 그런 이야기만 했다. 근데 다행이 선수들이 넘어졌는데도 불과하고 바퀴수를 맞춰서 마무리까지 했다.그때는 최민정선수가 원래 한바퀴반씩 돌아야되는데 두바퀴씩 돌았다. 물론 나도 지시를 했지만. 최민정 선수가 워낙 체력이나 지구력이 좋기 때문에 가능했다.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간격을 좁힐수가 없었고 현장에서 급하게 계획한 선수마다의 바퀴수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면서 바퀴수도 좁혀지고 결국 금메달로 이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사전에 훈련을 해본적이 있나.

“훈련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 워낙 다양한 곳에서 넘어지기 때문에 일일히 연습할 수도 없다.다만 밀어준사람이 타다가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사람 뒤를 반바퀴 이상 따라가주는 역할을 선수들 마다 담당한다.그런데 그런 역할이 시합때도 맞아들어 갔다.최민정선수가 밀어주고 이유빈 선수가 넘어졌을때 최민정 선수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서 갈 수 있었던 것은 연습에 의한 것이고 바퀴수를 맞춘 것은 임기응변이다.”

―최민정 선수의 역량은 어떻게 보나.

“선수의 성실함 등을 봤을때는 다음 베이징까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민정 선수의 어떤면이 가장 장점인가?

“쇼트트랙은 종목은 사람을 추월해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을 갖춰야 하는데 지구력과 순발력을 다 갖추고 있다.그러기 쉽지 않은데 거기다가 성실하기까지 하고 노는것도 별로 안좋아한다. 앞으로 4년이상 충분히 선수생활을 할 수 있고 부상만 없다면 4년 후에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사실 과거 세계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진선유 선수도 부상때문에 은퇴를 했다. 쇼트트랙이 워낙 부상의 위험이 많은 종목이기 때문에 그것만 피할 수 있다면 베이징 까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송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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