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한 대에 책 박스 10여개 싣고 모처로 이송

▲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자락에 있는 고은시인의 주거·창작공간(문화향수의 집)에서 작업자들이 상자를 옮기고 있다.연합
 후배 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잇따르면서 문단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 고은 시인이 29일 수원 거주지에서 서적을 빼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정오께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자락에 있는 고은 시인의 주거·창작공간(문화향수의 집)에 5t 트럭 한 대와 9명가량의 인부들이 들어갔다.

 이들은 별채로 보이는 건물에서 머물다 오후 5시께 파란색 상자 10여 개를 들고나와 트럭에 실은 뒤 고은 시인의 집을 빠져 나갔다.

 마당에는 고은 시인 부부의 것으로 알려진 흰색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으나, 부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트럭에는 고은 시인이 소장하고 있던 서적만 실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어디로 옮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은문화재단은 고은 시인이 이사를 하는 것이냐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고은 시인은 후배 문인들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이어지자 지난달 18일 수원시와 고은문화재단을 통해 "수원시에 누가 되길 원치 않는다"며 "올해 안에 계획해 뒀던 장소로 이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자락에 있는 고은시인의 주거·창작공간(문화향수의 집)에서 대형 트럭 한대가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
고은 시인 주거지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미투가 터지고 나서 고은 시인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가끔 고은 시인의 아내를 보기는 했을 뿐"이라면서 "책을 옮기는것을 보면 조만간 이사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에서 살던 고은 시인은 2013년 8월 수원시가 마련해준 광교산 자락의 주거·창작공간에서 아내와 함께 살아왔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을 통해 '인문학 도시 구현 정책'을 펼치려던 수원시는 민간인으로부터 사들인 주택을 리모델링해 고은 시인에게 주거·창작공간으로 제공했고, 매년 1천만 원이 넘는 전기료와 상하수도요금도 부담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고은 시인과 이웃한 광교산 주민들이 "우리는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때문에 재산피해를 보고 있는데,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특별지원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 고은 시인은 광교산을 떠나라"며 퇴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고은 시인이 후배 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자 수원시가 고은문학관 건립계획을 철회하고, 서울시가 고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전시공간인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철거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고은 시인은 지난달 22일 국내 대표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의 상임고문직도 내려놓고 탈퇴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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