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피살됐다.” ”시속 270㎞로 공을 던지는 괴물 투수가 나타났다.“ “북한 김정일이 세계 일주에 나선다.” “애완동물용 비아그라가 개발됐다.” 이상은 만우절을 맞아 세계 각국의 언론이 보도한 장난 기사의 헤드라인들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만우절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상대로 벌인 장난도 있다.

남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여자중학교로 전근해 그것도 3학년 담임을 맡아 힘들게 적응하던 어느 날 만우절이 되었다. 마침 비담임이었던 음악선생님과 의기투합해 학급운영을 제대로 못하는 나대신 음악선생님으로 담임을 교체시켰다며 음악선생님을 아침 조회에 들여보냈다. 연속 3시간 미술실 수업을 마치고 내려와 보니 우리 반 반장, 부반장이 교감선생님 앞에 꿇어앉아 자율학습도, 청소도 열심히 하겠으니 제발 우리 담임선생님을 바꾸지 말아달라고 간청하고 있었다. 교무실 복도에는 반 아이들 대다수가 울며불며 문고리를 부여잡고 매달려 있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본 교감선생님의 너그러운 용서로 나의 철없는 만우절 소동은 끝이 났지만 이 일을 계기로 반 아이들과 눈만 마주쳐도 친밀한 웃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지금도 만우절이 되면 선생님 정말 너무하셨다는, 그러나 잊을 수가 없다는 내용의 전화나 메일이 제자들로부터 오곤 한다.

만우절은 프랑스에서 유래했단다. 1564년경 프랑스의 국왕 샤를 9세가 율리우스력을 폐지하고 현재의 그레고리력을 도입했다. 그 결과 새해 첫날이 1월 1일로 바뀌었지만 많은 사람은 여전히 4월 1일 전통을 고수했다. 그러자 새 역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이날에 새해 선물이라며 빈 상자를 포장해 보낸다거나, 신년 파티를 한다고 가짜 초청장을 보내 헛걸음을 시키던 프랑스 사람들의 풍습을 오늘날 전 세계가 즐기고 있는 것이다.

AFP통신이나 인터넷의 한 사이트는 세계 언론의 역대 만우절 거짓말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1957년 영국 BBC방송이 “스위스에서 올해 스파게티 나무 농사가 대풍을 기록했다”며 수확하는 장면까지 내보내 재배 방법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 일, 1976년 “명왕성이 목성 뒤를 지나가는 특이한 천체현상이 발생해 지구의 중력이 감소하고 바로 이 순간 점프를 하면 몸이 공중에 뜨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영국의 한 라디오 방송의 보도 후 수백 명이 실제 그런 느낌을 경험했다고 전화했었다는 경우도 있다. 2008년 구글 코리아가 ‘사투리 자동번역’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기사는 그 중에서도 압권이다. “저기 있는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는 “자~는 누꼬?”(표준어에서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해 준다는 것이다.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사람의 말은 서로 속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생각을 이웃에게 알리기 위해 있는 것”이라 했다. 성경은 사람이 하나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새는 새처럼, 개는 개처럼 그러나 사람은 하나님처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성경의 한 책인 ‘전도서’는 하나님이 사람을 정직하게 지으셨다고 기록한다. 365일 중 4월 1일 하루, 그것도 세상을 웃게 만드는 ‘하얀 거짓말’을 한다면 무슨 문제가 될까, 남은 364일을 하나님이 우리를 지으신 대로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면.

만우절만 아니라 남은 364일 내내 ‘새빨간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꼰 ‘각하! 오늘도 만우절이십니까?’ 같은 책도 있지만 이번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6.13 지방선거에서는 서로 간에 거품과 거짓이 없는 정직한 대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오현철 성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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