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스를 상대할 나만의 비법이 있다.”

프로농구 원주 DB의 로드 벤슨은 DB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결정된 후 기자회견에서 서울 SK의 제임스 메이스 얘기가 나오자 의미심장한 미소까지 띠며 이렇게 말했다.

벤슨 자신에겐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는 데이비드 사이먼(KGC인삼공사)을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이미 상대했기 때문에 누구든 ‘사이먼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던 데다메이스가 창원 LG에서 뛰던 시절 맞대결한 경험으로 자신만의 공략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 비법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DB와 SK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선 통한 것 같다.

지난 8일 DB가 SK를 3점 차를 누르고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데에는 38득점을 올린 디온테 버튼의 맹활약과 더불어 메이스를 꽁꽁 묶은 벤슨의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다.

메이스는 서울 SK의 주전 용병 에런 헤인즈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SK가 긴급 공수한 선수다.

전주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메이스는 경기당 평균 23.75득점, 리바운드 10개를 책임졌다.

SK가 KCC의 추격을 물리치고 챔프전에 올라올 수 있었던 데에는 대체용병 메이스가 제 몫을 해준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 메이스가 챔피언결정전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벤슨을 비롯한 DB의 수비에 고전하며 2쿼터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3쿼터에 살아나긴 했으나 이날 메이스의 기록은 4강 플레이오프 기록에 크게 못 미치는 9점, 4리바운드였다.

공을 잡은 메이스가 벤슨의 물샐 틈 없는 수비에 공격시간 24초를 다 써버린 장면도 나왔다.

문경은 SK 감독은 “메이스가 초반에 안 풀리면서 자기 자신에게 화가나 흥분하면서 페이스를 잃었다”고 말했다.

벤슨은 이날 메이스를 효과적으로 묶으면서도 골밑을 완전히 장악해 19득점과 리바운드 10개를 올렸다.

경기 전 문 감독은 DB에서 가장 까다로운 선수로 버튼도 두경민도 아닌 벤슨을 지목했다. 반대로 이상범 DB 감독은 “벤슨이 헤인즈는 못 막지만 메이스는 막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두 감독의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두 장신 센터의 맞대결은 챔피언결정전 나머지 경기에서도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 우위를 입증하며 자신감을 쌓은 벤슨이 나머지 경기에서도 착실하게 메이스를 묶고 골밑을 지켜준다면 DB도 통합우승을 위해 순항할 수 있다.

SK 입장에선 역설적으로 원정에서, 메이스의 손발이 묶인 채, 리바운드 개수에서 29-45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음에도 3점 차 접전을 펼쳤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할 수 있다.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메이스가 평정심을 되찾고 살아나 골밑에서 벤슨과 대등한 활약한 펼쳐만 준다면 승산이 있는 것이다.

두 팀의 2차전은 오는 10일 저녁 7시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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