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16살짜리 아들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처럼 말이다. 영화 ‘당신의 부탁’의 이야기다.

영화는 사고로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32살 효진(임수정) 앞에 남편의 아들인 16살 종욱(윤찬영)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좌충우돌 동거를 그린다.

사실 종욱은 죽은 남편과 그의 전처 사이에서 난 아들이다. 효진은 시동생의 부탁을 받고 종욱을 아들로 받아들인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남편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법적 모자 관계’라는 관계 뿐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이 더 큰 테두리로 이들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각각 남편과 아빠를 잃은 두 사람은 서먹하게 지내다가 조금씩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게 된다.

영화는 가족에 대한, 구체적으로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실의 아픔을 가진 두 사람이 갑자기 가족이 되고, 통과의례와도 같은 애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낯설었던 이들의 관계도 서서히 변화를 겪게 된다.

이처럼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슬픔과 새롭게 맺은 가족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회복의 과정을 담백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낸다. 그러면서 갑자기 엄마와 아들 사이가 된 효진과 종욱의 관계를 통해 ‘낯선 엄마에서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성장과 선택’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야기, 더 나아가서는 가족의 역할에 대한 의미 있는 주제를 전달한다.

영화 속에는 효진 이외에도 다양한 엄마들이 등장한다. 효진의 절친한 친구 ‘미란’(이상희)은 갓 아이를 출산한 초보 엄마이며, 항상 딸이 잘 되기를 바라며 잔소리하는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을 그린 ‘명자’(오미연)는 효진의 엄마다.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하게 돼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한 종욱의 친구 ‘주미’(서신애), 엄마가 되고 싶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주미’의 아이를 키우기로 한 ‘서영’(서정연) 그리고 ‘종욱’이 찾고 있는 친엄마 등 아이를 낳고, 떠나고, 함께 사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혈육으로서 엄마만이 아닌 엄마의 더 넓은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당신의 부탁은 신인 이동은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작품은 영화 ‘환절기’에 이어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또 한 번 초청돼, 이 감독은 2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의 쾌거를 거뒀다. 더불어, 지난 2월에 열린 제24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 장편경쟁 섹션으로 공식 초청, 넷팩 심사위원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 감독은 “당신의 부탁은 서로 다른 상실을 겪은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가족을 받아들이고 동시에 독립된 자신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이야기”라며, “차가운 현실에서 따뜻한 손을 잡아주며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의 온기를 그대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9일 개봉.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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