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경제와 삶] 토지공개념

김현수 2018년 04월 16일 월요일

자동차, 가구, 의류 등과 같이 개인 마음대로 소유하고 이용하고 처분하는 사적재(private goods)와 달리 토지는 그 위치가 고정적이고 공급을 늘리기에 제한이 있는 공적재(public goods)이다. 내 이웃이 어떤 차, 어떤 옷을 입든 나에게 큰 해를 입히지 못하지만, 이웃집에 공장이나 식당이 들어온다면, 또 갑자기 고층빌딩이 세워진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내 이웃이 일부러 나를 골탕먹이려는건 아니지만 이웃 건물의 용도와 높이는 분명히 나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토지를 이용하고 수익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는 소유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웃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토지의 이용과 개발, 소유와 처분, 수익에 대하여 공적 규제(public control)가 있어 왔다. 그 방식이나 수단은 그 사회의 역사와 행정체제에 따라 다양하다.



토지공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 제128조 제2항에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활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했다.

어려운 점은 어디까지가 공익이고 무엇이 사익의 적정 수준인가에 관한 것이다. 주거지역 안에 세탁소 입지를 금지하는 것에서부터 도시계획의 용도지역지구제가 도입되었다. 100년전 뉴욕지방법원의 판례로부터다. 지금은 주거환경보호를 위하여 건물의 용도와 높이를 규제하는 조닝제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100년전 미국에서는 이를 재산권침해로 보았던 것이다.



보수정부는 개인의 재산권보호, 경쟁력강화와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 진보정부는 균형발전과 자연환경보호와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이러한 목표, 가치는 사람의 두 다리와 같아서 어느 한쪽이 부실하면 우리 몸이 불편해진다. 지난 10년간 경제활동의 자유를 확대하고, 경쟁력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있어왔다. 산업단지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허가절차간소화특례법, 용도지역내 행위제한의 완화, 건축사선제한 폐지, 재건축 규제완화, 개발행위허가의 연접개발제한 폐지 등을 통하여 재산권행사가 한층 용이해진 것이 사실이다. 대신 땅값이 싼 농산지에 산업단지가 공급되고, 주거지역내 상업시설의 혼재가 심해졌으며, 대도시 인근지역의 개별입지로 인한 환경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서 재건축아파트의 층고를 제한하는 일에서도 충돌이 있었다. 특정지역내 과도한 고층아파트의 층고를 제한함은 공익을 위한 것인데, 재건축조합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사라 반발하였다. 그간 토지의 이용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에서는 주로 재산권행사를 옹호하는 방향으로의 제도개선이 이루어졌고, 시민들의 생각도 그런 방향으로 형성되어져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의 일몰기한을 2년 앞두고 공공성과 재산권간 논쟁이 뜨겁다.

18년전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위하여 남의 땅에 도로와 공원을 결정한 것에 대하여 헌법불합치판결을 내린 바 있다. 남의 땅에 도시계획결정을 하고도 10년이 지나도록 보상이 없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내 대지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또 20년이 지나도록 보상이 없는 경우에는 도시계획결정 효력이 상실되는 일몰제가 도래함에 따라 그간 시민들의 공원으로 사용되던 땅들이 사유지로 편입되게 된 것이다. 공공재정을 확대하여 보상재원으로 사용하고, 또 민간공원특례제도를 활용하여 부족분을 메꾸어가야할 것이다. 공익과 사익간의 조화란 이처럼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구 선진국에 비하여 도시시민사회의 역사가 짧다.

공익과 사익간의 충돌과 갈등을 해소해가는 경험도 충분하지 못하다. 금번 개헌안에서 제시된 토지공개념은 대개 부동산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토지의 공적이용 개념에서부터 공익과 사익의 개념, 유형, 갈등사례에 대하여 뜨겁고도 냉철한 논쟁을 필요로 한다. 공익과 사익간의 조화란 민주사회의 근본적인 주춧돌이다. 이는 오랜 시간과 축적된 경험, 숙의를 필요로 한다. 금번 개헌안의 토지공개념 논의를 계기로 성숙된 시민사회로의 도약을 기대한다. 교차로의 신호등은 나의 운전을 제약하고 통제한다. 이를 불편하다고 없앤다면 교통사고와 같은 더 큰 불편함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

<저작권자 ⓒ 중부일보 (http://www.joongbo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갤러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