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 이야기

정진명│학민사│304페이지



시는 인류의 감성을 표현해온 훌륭한 예술 갈래인데도 어느 사이 우리의 청춘을 괴롭히는 일상사가 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시는 입시를 위한 실력등급 평가수단으로 전락해 감상과는 상관없는 비평이론이 시를 이해하는 유일한 잣대가 됐다. 입시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관행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인데,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괴로운 현실에서도 시는 읽히고 쓰인다. 젊음이 가장 영롱하게 빛나는 학창시절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갈래가 ‘시’이다. ‘우리 시 이야기’는 그 빛나는 시절을 빛낸 이름 없는 학생들의 시를 글감으로 해 어떻게 하면 시를 올바르게 감상하고, 나아가 스스로 창작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설명한 책이다.

시 창작 안내서는 지금까지 가짓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그런 책들을 모두 살펴본 정진명 작가는 대학교재로 나온 창작이론서가 정작 ‘창작’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더욱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어렵기만 한 전문용어를 나열해 설명하는 시론은 교실에서 배우는 지긋지긋한 용어들의 연장선이어서 오히려 시를 쓰려는 마음에 재를 뿌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우선 교실에서 배우는 문학의 갈래론이 3천 년 전부터 이어져온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과연 이런 이론으로 오늘날의 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그런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뜻밖에 기존의 이론과는 다른 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정 작가는 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으로, 상상력의 발화점을 찾는 일을 우선으로 꼽고 있다. 그러면 시가 어떻게 쓰였는가를 금방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 인용된 시들은 모두 지은이에게 배운 학생들의 작품이다. 지은이는 30년간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 교사이면서 대학 때 시로 등단한 시인이었다. 시인 선생님이 가르치는 국어시간에 학생들이 쓴 시를 모아서 학생합동시집을 몇 차례 낸 적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시를 감상하면서 동시에 자연스레 시를 쓸 수도 있게 된다. 감상과 창작의 원리가 동시에 파악된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시인이 되는 방법’에 대한 안내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시를 단순히 감상하려는 사람이나, 시인을 꿈꾸는 사람이나, 시를 학문으로 이해하려는 전문가 등에게 도움이 되는 길잡이가 된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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