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신화여행

김헌선 외 6명│아시아│352페이지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은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주관했던 ‘신화와 예술 맥놀이-중동신화여행, 아주 오래된 이야기’ 강의 내용을 재구성해 책으로 묶어 출간했다.

‘중동신화여행’은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이집트와 페르시아까지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로 알려진 지역의 신화를, ‘중동신화’라는 이름 아래 아우른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사이의 메소포타미아나 나일 하류의 기름진 삼각주는 인류 최초의 문명을 탄생시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바빌로니아 창세신화 ‘에누마 엘리쉬’는 괴물 킹구의 피에 진흙을 이겨서 빚은 최초의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시 인간은 신들을 위한 경배와 노동을 위해서만 존재했다. 최고신들은 그마저 견딜 수 없었다.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대홍수로 그 소음을 잠재우려 했지만, 인간의 편을 든 신이 있었다. 엔키는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몰래 일러줬다. 아트라하시스, 혹은 지우수드라, 혹은 우트나피시팀이 살아남아 인류의 또 다른 조상이 됐다. 그때부터 인류는 피라미드를 쌓았고 공중정원을 꾸몄고 와르카 화병을 빚었고 문자를 만들어 자신들의 믿음과 역사를 기록했다.

중동신화여행은 문자를 포함한 그 모든 기록을 통해 인류 최초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우리는 안다. 어제의 그 기억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슬픔은 그만큼 더 커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시도 때도 없는 야만에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지금은 비록 자욱한 포연 속에 말 초토가 됐을지언정 그 도시가, 장구한 세월 인간의 어떤 소중한 꿈을 보듬어왔는지 기억해내는 것도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앞에 중동신화의 요체가 무엇이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지 문 여는 강의를, 이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는 강의들을 차례로 배치했다. 그렇지만 중동을 말할 때 찬란한 페르시아 문명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마지막 출구에서는 죽음과 부활의 모티프를 중심으로 동서양의 여신들이 일궈내는 다채로운 신화가 펼쳐진다.

이 책에는 사진과 지도 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 강좌의 현장성을 살렸다. 총 8강으로, 1강은 중동신화의 요체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2강은 이집트 오시리스신화, 3강은 수메르 엔키신화, 4강은 이난나 여신, 5강은 길가메시 이야기, 6강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바빌로니아 창세신화, 7강은 페르시아신화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8강은 여신의 두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건넨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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