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스에서는 35년 넘게 가정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60대 여성의 재판결과가 보도되어 가정폭력의 심각성, 적절한 형량의 기준 등이 이슈화되었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사회복지사로서 또 하나의 가정이 병들어 파괴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가정의 달 5월이 보름가량 남은 시점이다. 이제 곧 있으면 너도나도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곳곳에 도배 될 것이다. 그 전에 우리 주변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가정폭력 이라는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지금도 수많은 가정이 여러 가지 갈등으로 말미암아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일부는 화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가정을 유지할 테고 일부는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해 서로에게 분리될 것이다.

가족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이고 한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가족 내에서 인간은 개인의 욕구와 문제를 스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일반적으로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기본적인 자기 몫을 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안다. 하지만 폭력이나 학대가정 등에서 자란 아이들은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며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킨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2010년 예비 중학생을 성폭행·살해한 사건으로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준 김길태는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길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으며 잔학무도한 성인으로 성장했고, 최악의 연쇄살인마라고 불리며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유영철은 부모의 이혼과 생활고, 아동학대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불안정한 가족형태, 그로 인한 강력범죄자의 증가는 사회 안정에 심각한 불안요소이다. 가족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증가와 사건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비용은 그만큼 많은 자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가족복지는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 가정생활의 전 과정에서 다양한 영역에 대한 가족 구성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이다. 쉽게 말하면 가족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가족을 지키는’ 복지활동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복지 제도가 ‘가족을 지키는’ 정책인지는 의문이다. 관할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 또한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와 나뉘어 관련법이나 복지시설, 시스템도 일률적이지 않고 오랜 시간동안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탈 시설화’도 아직 이렇다 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남녀가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루고 대를 잇는 것은 태초부터 인류에 부여된 사명이다. 여러 가지 문제로 비혼이나 무자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번 외로 치더라도, 단기간의 산업화와 외환위기, 전통적인 가치관과의 마찰 등 여러 가지 위기로 가족공동체가 해체되는 문제는 국가도 책임이 있다. 가정은 대업의 시작이므로 가족복지 없이 사회복지를 논할 수 없다. 가족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가족복지 정책에 큰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며 가족의 다양한 형태에 따라 개별 가족에게 필요한 복지정책이 보다 세분화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본 지면에 최초로 칼럼을 게재할 때 언급한 주제가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 이었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인생은 매 순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인생의 성공여부는 주변에 얼마나 덕을 쌓고 살아 가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간관계의 시발점이 ‘가족’ 일 것이다. 우리에게 행복은 가족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다. 필자는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딸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손녀가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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