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면 4년 이내에 인류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한 말이다. 꿀벌은 벌꿀 생산 기능 외에 농작물을 생산하는 식물의 수분 작용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곤충이다. 수분(pollination, 受粉)이란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花粉, 꽃가루)을 암술머리에 붙이는 일을 말하는데, 가루받이라고도 한다. 보통 식물은 곤충이나 바람의 도움을 받아서 수분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과수원예에서는 사람의 손을 빌려서 수분을 하는 인공수분을 할 때가 많다.

미세먼지 가득한 봄 같지 않은 봄날, 일손을 잠시 멈춘 20여명의 새마을교통봉사대원들과 농촌 일손돕기에 나섰다. 맛있는 배의 산지이자 안성맞춤의 고장인 안성에는 마을마다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넓은 눈 바다 같은 장관을 이루었다. 우리의 작업 과제는 지난해와 같이 인공수분 작업이었다. 인공으로 만든 수술가루를 벌을 대신하여 수분해 주는 작업이다. 이맘때면 과수원마다 분주하게 꿀벌들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벌들이 윙윙거려야 하는데 5천여평 배 밭에서 종일 일하면서 만난 벌은 딱 세 마리였다. 그나마 힘없이 쓸쓸히 다니는 맥아리 없는 벌이었다. 지금 무서운 속도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참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배 밭 현장에서 실감했다.

세계 식량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생산되며 그 80%를 꿀벌이 담당한다고 한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지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아인슈타인의 말을 수치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의 혜안에 동의한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조만간 꽃들은 모두 나와 헤벌쭉 웃고 있는데 벌들은 전혀 잉잉거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올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벌이 멸종하자, 벌(罰)이 시작된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자연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 한다. 생물 멸종은 단지 우리 옆에 있던 생물이 사라지고 종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인간에게도 직격탄이 된다. 현재 곤충 종의 26%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농약 남용 등으로 인해 꿀벌이 하루가 다르게 없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농작물의 75%는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한다. 곤충이 사라지면 농업도 무너진다. 꽃가루받이의 경제적 가치는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모두 생태 위기를 경고하는 메시지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자연 파괴와 기후변화로 생물들이 멸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열심히 글과 영상을 올리는 소비자들을 ‘꿀벌’, 플랫폼 기업을 ‘양봉업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최근 페이스북은 개인 정보(꿀)를 모아 파는 데만 관심있을 뿐 꿀벌들의 정보 보호에는 무심하여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좋은 양봉업자가 되려면 꿀벌들을 살리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참으로 생명의 위기이다. 우리는 너무 현실적인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생명 살리기,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근본적인 일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국민 모두는 생물이 살 수 있는 한반도 만들어 후손들이 다시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일은 새마을운동이 앞장서면 좋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산림녹화라는 훌륭한 성공 경험이 있다. 전쟁이후 피폐된 국토를 복원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지만 송충이를 잡으며 자연보호 운동을 펼치고, 복차사업으로 산림도 살리고 가난도 극복했던 성공사례는 독일이나 호주에 이에 세계적인 벤치마킹 사례인 것이다. 물론 그린벨트의 설정도 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시 새마을운동을 통해 생명살리기 운동에 매진해야 한다. ‘생명 살리기는 인류구원운동’이다.

‘생명 살리기 운동’은 꽃들에도 꽃가루를 옮겨줄 ‘사랑의 전령’이 생김은 물론이거니와 멸종 위기에 놓인 꿀벌의 보전에도 한 몫 하는 일이 될 것이다.


황창영 경기도새마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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