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이 넘었네요. 모두가 한 가족으로 만나 서로 돕고 안아주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고 있습니다. 합창단을 이끌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태동한지 만 6년, 평균연령이 75세인 학습동아리가 있다. 구성원들 모두가 가요제 수상자 또는 각종 대회 수상경력의 소유자들로 정상급 가수의 노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단원 중에는 실제 음반을 내거나 시흥예총 소속의 정식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시흥시민대학 나도가수다 실버합창단 얘기다.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삼삼오오 시민대학 강의실을 찾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하다. 지난 13일에도 시민대학 강당에는 20여 단원들이 모여 합창곡 ‘잊으리’를 부르고 있었다.

연습에 여념이 없는 틈에 동아리 회장인 이승아(63) 회장을 만났다.



◇40대 꾼 꿈 20년후 이뤘다

이승아 회장이 처음 가수의 꿈을 꾼 때는 40대였다. 그는 당시 여성회장 등을 맡아오면서 마을 노인들과 함께 자주 관광을 가서 노래를 불렀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이것이 행복이고 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회장은 “젊은 시절에 노래실력이 남다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조금 늦었지만 그 당시에는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어느 정도 자신이 꿨던 꿈 만큼 이뤘다고 생각한다.

이 회장은 실제 시흥시연예협회에 등록된 가수가 됐다. 가족의 도움으로 ‘인생은 지금부터’라는 음반을 내고 정식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나도 가수다 실버합창단은 지난해로 정기공연만 3회, 시흥시나 일반 단체들이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 30여회 출연하는등 시흥에서는 이미 유명세를 탄지 오래다.

호조벌 축제, 갯골축제, 효도잔치 공연, 시민대학 개강식 공연, 어버이날 행사 공연, 동지축제 축하공연, 정기공연 등 시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에 단골 손님으로 참여하고 있다.



◇노래로 행복한 삶을 만들다

이 회장이 합창동아리 회장을 맡은 지는 1년여, 합창동아리를 시작한지는 4년이 됐다.

그는 지금은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지만, 처음 꿈을 가졌을때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단다.

이 회장은 “가정과 삶에 집중하느라 꿈에는 좀더 시간을 쓰지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늦게라도 어느 정도 꿈을 이뤘기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도 노래를 하면서 우울함이 없어지고 단원들 간에 돈독한 우정을 나누면서 삶의 행복을 느낀다”며 “언젠가부터 모두가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회장은 나이드신 어르신들도 가진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고 열심히 사는데 요즘 젊은 이들도 최선의 삶을 살라는 메세지를 주는게 아닌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회원들과 인생2막 함께 즐겨

이 회장은 회원 자랑도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강사인 추가은 가수님이 열정을 갖고 가르쳐 이해가 빠르다”면서 “모두가 열정적으로 연습을 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박월성(81) 단원을 왕언니라고 소개했다.

박 단원은 “서울에 살다 시흥으로 이사 온 지 8년 정도 됐다”며 “2012년 산전수전 다 겪은 특별한 경험을 글로 써서 노인종합복지관 주최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문자(78) 단원은 “젊을 때는 고생만 하다가 일흔 넷에 시민대학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정자(67) 단원은 “공기 좋고 살기 좋은 시흥시에 20년째 살고 있는 토박이”라며 “봉사 활동과 재능 기부는 내 삶의 전부라고 말하면서 현재 ‘꽃과 나비’ 동아리의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백정숙(68) 단원은 “심장수술을 2차례나 받아야 했다”며 “꾸준히 노래교실에 참여하면서 건강이 더 좋아진 거 같다”며 희망이 넘쳤다.



▶인기는 많지만 재정적 어려움에 빠지기도

이 회장은 “올해 초 단원들의 추천으로 2년 임기의 회장직을 맡았지만 사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시흥에서는 실버합창단을 빼고 진행되는 행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하지만 재정은 열악하다. 어르신들이 푼푼이 모은 회비만으로 활동하다보니 변변한 이동차량 하나 없다.

단체 의상비도 그렇고 이동할 때 어려움도 그렇고 회비 7천 원씩을 걷어서 합창단이 운영되다 보니 힘든 부분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콘서트 비용 등을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내서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올해 시민대학의 노력으로 시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200여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노인문화 확산과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통해 고령사회 노인자원활용과 세대간 차이를 극복하는데 기여한 부분이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이유가 됐다.

“바쁘면 늙을 시간도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합창동아리 시흥시민대학 나도가수다 실버합창단. 어르신들의 인생2막에는 시흥시민대학장 백금화 학장, 시흥시민대학 실버합창단 지도교사 추가은 가수 등 많은 이들의 지원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금요일 오후 나도가수다 실버합창단원들의 구수한 노랫소리가 시흥시민대학은 물론 동네에 가득하다.

김형수기자/vodokim@joongboo.com



▷이 회장의 인생 2막 Tip

1. 자신의 개성을 파악하고 개발 하라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스스로 개성을 개발시켜 더욱 크게 발전시켜 나가면 꿈이 이뤄진다고 전한다.

2. 취미생활도 삶의 일부분이다 : 이 회장은 취미생활도 삶의 일부분으로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취미는 삶의 활력이 된다.

3.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 40대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욕심을 부렸지만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이 회장은 행복한 삶은 욕심을 버릴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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