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가 된 갤러리 벽… 미술의 벽을 허물다


경기도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시로서 프랑스 벽화 전시 ‘그림이 된 벽(MUR/MURS, la peinture au-dela du tableau)’을 오는 6월17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는 프랑스 현대미술가 8인이 전시장에서 직접 제작한 벽화를 선보인다. 구상에서 추상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현대회화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경기도미술관의 벽면에 기념비적인 크기로 제작될 예정이다. 작품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던 전시장의 벽들은 칠해지거나, 긁히거나, 그을려지는 등 참여 작가들의 각기 다른 회화적 실천을 통해,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는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Domaine de Kerguehennec)'과 공동으로 기획됐으며, 이 미술관은 프랑스 모르비앙주에서 케르게넥 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도 미술관은 ‘그림이 된 벽’ 전시를 통해 이러한 작가들의 회화적 실험과 프랑스 현대회화의 미학을 벽화의 형태로 펼쳐낸다.

작가들은 건축적 규모의 회화나 드로잉으로 추상적이고 초자연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창출하기도 하고, 도시적 삶의 기호를 담은 추상 벽화나 수수께끼 같은 형상으로 연극적인 공간감을 자아내는 벽화로써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불을 사용하거나 벽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전혀 새로운 회화를 선보이는 작품에서는 벽면에 타다 남은 재와 벽체의 균열로 생의 명멸이 비유되기도 한다. 역설적이게도, 현대미술가의 실험적 작품이 담긴 이 벽화 작품들은 태초의 그림이 원시 동굴의 벽면에 새겨진 상이었듯이, 그림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도 미술관 전시장의 서로 마주 보거나 맞닿은 벽화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높이 9m, 각 작품당 최대 50m에 달하는 공간 안에서 어우러진 각 작가들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전시 작품들은 벽화인 만큼, 전시 기간 동안에만 존재한다. 이 작품들은 오래 전에 제작됐거나 소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벽과 공간, 건축적 요소들과 긴밀하게 조우하며 한시적인 생명을 지니는 작품들이다.

참여 작가들은 국제 비엔날레에 초청되거나 프랑스 현대미술사에 기록될 만큼 명성이 있는 작가들이다. 4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연령대의 참여 작가들은 여러 선상에서 프랑스 현대미술을 보여준다. 안팎에서 프랑스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가고 있는 참여 작가들은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근원적인 성찰과 창조적인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도 미술관 관계자는 “도멘 드 케르게넥과의 국제 교류 지속 사업으로서, 프랑스에서 열렸던 한국의 단색화 전시에 상응하는 프랑스 추상미술 전시를 준비해왔다”며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현대회화가 집중 조명되는 전시인 만큼, 패션 등을 기억해 온 관람객들은 새로운 프랑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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