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거센 항의에 작업 중단… 안산시장, 사과·인부 교체 약속

▲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철거가 시작된 19일 오전 안산 세월호참사 분향소에서 폐기물 수거함에 무단으로 버려진 추모품을 발견한 유족들이 철거를 중단시키고 추모품을 찾고 있다. 김금보기자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철거 현장에서 유족들이 인부들의 철거방식에 항의하며 작업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분향소 내부 물품을 소홀하게 다뤘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제종길 안산시장은 분향소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하고 작업자 교체를 약속했다.

19일 안산시, 4·16 가족협의회 등에 따르면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안산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 앞에 세월호 배 모형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철거작업 현장 주변을 둘러보던 유족 10여명은 추모를 뜻하는 노란색 리본과 조화에 달려있던 리본 등 일부 장례용품이 쓰레기통과 폐기물함 등에 버려진 것을 확인했다.

또 유족들은 추모객들이 노란띠에 메시지를 적어 나무에 달아 놓은 ‘노란리본 나무’도 폐기물함 바로 옆에 옮겨져 있는 것을 보고, 유족 텐트 옆으로 가져다 놨다.

유족들은 인부 측이 기억저장소 직원들이 가져갈 물건을 함부로 밖에 내놓았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유족은 “아이들 장례를 치르고 이렇게 보내는 게 어딨느냐”며 “시민이 만들어준 것들을 작업자들이 왜 마음대로 치우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따라 이날 작업은 중단됐다.

유족들은 제종길 안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제 시장은 오후 3시께 현장을 찾았다.

제 시장은 유족들과 면담을 갖고 작업자 교체를 약속했다.

유족들은 분향소 내부 물품을 임시 보관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작업은 20일 오전 분향소 내부 물품을 임시 보관할 대책이 마련되면 재개될 예정이다.

현장에는 경찰과 소방관 등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제종길 시장은 “작업자들이 유가족에 대한 배려 없이 평소 방식대로 철거작업을 한 것이 유족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며 “안산시 또한 중간에서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명백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경각심을 갖고 철거작업 과정에서 오늘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와 안산시 등은 세월호 참사 4주년을 맞은 지난 16일 영결식 이후 이날부터 합동분향소 시설물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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