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층을 막론한 ‘갑질’ 현상이 곳곳에서 부각되고 있다.

재벌계에서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발생, 파문이 일고 있다.

조 전무의 사건은 2015년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상무의 ‘땅콩 회황’을 상기시켰고, 그간 감춰져 있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제보로 이어지고 있다.

제기되는 내용들을 보면 폭행, 폭언은 예사고 인사를 하지 않는다거나 몰라봤다는 등 말도 안되는 이유로 면직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국민들은 ‘안하무인’격인 재벌일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마주하며 공분하고 있다.

그렇다면 꼭 갑질은 외신 보도에서 소개되듯 ‘봉건귀족처럼 행동하는 대기업 임원들이 부하직원들을 괴롭히는 것’만을 의미할까?

아니다. 같은 서민끼리도 조금의 틈만 보이면 여지없이 갑질이 나타난다.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명을 돌파하며 지난 19일 ‘실버택배 철회’를 이끌어낸 ‘다산신도시 택배문제’ 역시 갑질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차량의 단지 진입을 금지시키고 기사들로 하여금 일일이 단지를 돌아다니며 택배를 전달하라고 요구한 데 있다.

그들의 사고(思考) 속에 택배기사들의 시간적, 체력적 곤란과 상생은 없었기에 가능한 주장이었다.

비난이 거세지자 입주민들은 억울하단 입장이지만 약자에 속하는 택배기사에게 갑질을 부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이렇듯 갑질은 먼 얘기가 아니다. 언제, 누구든, 심지어 나 자신도 갑질을 할 수 있다. 나보다 약자에게, 직책이 낮은 사람에게, 어린 사람에게.

단지 지금 당장 갑질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가 오지 않았거나 자신이 한 행동이 갑질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것 뿐이다.

갑질을 막는 답은 유치원생도 알 정도로 쉽지만 80살 된 노인도 실제 행하긴 어려운 것이다. 그건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다.

황호영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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