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만큼 중요하다. 우리 동네, 내가 사는 마을, 발전이 필요한 지역을 대표할 사람을 뽑아야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국민이기도 하지만 시민이자 주민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가깝게 귀를 기울여 줄 사람, 나를 위해 일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대표는 대통령보다는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쪽이다. 국민의 열망을 대통령이 담아줄 수는 있지만 지역주민의 요구를 받들어야 할 사람은 지방선거 당선자들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만큼 흥행하지 못하고 대통령 선거만큼 관심이 없는 것이 지방선거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50%내외로 국민의 절반가량만 참여한다. 투표율이 낮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함량 미달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것이 한몫 한다. 주민들에게 모범이 되기보다 각종 범죄에 연루돼 부정부패로 얼룩진 후보군들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들 말한다.

이번 6·13 지방선거 출마후보군 역시 전과가 화려했다. 경기도내 단체장 예비후보만 보더라도 3명 중 1명이 전과자였다. 가장 많은 전과는 음주, 무면허다. 폭력, 사기, 공갈, 뇌물공여 등의 범죄를 저지른 후보자도 여럿 있다. 정당별 공천 심사 및 경선과정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매번 선거 때마다 올바른 후보 선출을 위한 기준 마련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역사회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권한과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예산집행권과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그 권한을 잘못 행사할 경우 지역사회와 주민에게 미치는 해악은 매우 크다. 주민들을 대신해 일하는 그 자리가,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출마자들은 유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방선거를 한달여 남겨 놓은 지금,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후보자들은 최소한 자기관리는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기관리도 못하는 사람이 주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선출직 공직자를 꿈꾸는 사람이 그동안 자기관리를 못해온 사람이라면 당선 후에도 ‘자리가 주는 무게’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공직기강 해이나 부정부패도 쉽게 따라올 수 있다.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뭘 좀 아는 사람’이 당선되길 바란다. 동네에 대해서 마을에 대해서 지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당선되면 어영부영 4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이 흘러 갈 것이다. 현장을 가슴에 품고 발로 뛰며 주민들과 소통할 사람이 필요하다. 동네와 마을, 지역의 발전상을 찾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는 대표를 원한다. 점점 똑똑해 지는 주민들은 당선자가 지역의 역량을 어떻게 키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인지, 4년 후 재선 생각을 머릿 속에 가득 채운 사람인지 구분할 줄 안다.

판단력 있는 소신주의자의 면모도 필요하다. 요즘은 신중하기보다 때로는 공격적일 정도로 과감한 대표가 필요하다. 시청·군청 앞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가 이어진다. 정말 필요해서 진짜 억울해서 청사 앞에 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한 시위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축사, 화장장, 요양시설 등은 ‘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비(YIMBY·Yes In My Backyard)’ 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민민·민관 갈등을 뚝심있게 해결할 역량과 판단력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한다.

얼마 전 만났던 경기도의 한 단체장은 이런 말을 했다. “단체장은 3D업종입니다. 제대로 일하려면 정말 힘든 직업이지요.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을 나 몰라라 하기 어렵고, 선거 후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유혹도 많습니다. 돈과 연결된 부정부패가 없다면 눈치보고 일할 이유가 없지요.”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주민들은 신물이 난 상태다. 기획부동산 뇌물수수 수천만 원, 아파트 건축 인·허가 대가 수억 원 등으로 구속되는 단체장들의 뉴스를 유권자들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지역의 참 일꾼이 되겠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은 그에 걸맞은 엄격한 품격을 갖췄으면 좋겠다. 검은 정치판에 물들어 최악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선이 못된다면 차선이라도 되려고 노력할 사람을 유권자들은 원한다. 지방선거 출마자도, 이를 선출하는 주민들도 품격이 필요한 시간이다.


박현정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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