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내 안에는 고독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짝을 찾는
울음소리로 밤새도록 꼬리를 쳐들고 헤매다가
새벽이면 충혈 된 눈빛으로 유령처럼 사라지는
그림자 외출하고 돌아오면 천장에 도사리고 앉아
어느새 머리맡으로 내려와 밤마다 나를 구석에 넣고
생의 불치병을 낳고 있다 눈을 감으면
반대로 눈을 뜨고 새벽이면 꼭 그 시간에 잠을 깨우고
침대 위에 앉아 시간을 재고 있다
삼키면 취하고 뱉으면 아픈 뼈마다가 씹히는
지독한 그림자, 외출할 땐 바람 속에 숨어 있다가
문 앞에 들어서면 어느새 다가와 그리움을 남긴다.
비 오는 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은 것
해질녘 짝을 찾는 울음소리 같은 것
지금껏 걸어온 삶, 위로 받고 싶은 것
우주 속 어디쯤에서 내 무개를 자위하고 싶은 것
원색의 가슴속에 내리는 비, 무대 뒤에서 훌쩍이는 피눈물,
물로도 끌 수 없는 불이 오 유월 서릿발처럼
분노의 그림자로 태어나 내 목을 조르고 있다





양천웅 시인

1944년 전남 영암출생, 한국문학예술로 등단, 여행기 ‘족자의 하늘아래’ 등, 시집 ‘베르베르인의 젖꽃판’,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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