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금보 기자
“어디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냐고 하던데요?(웃음)”

WK리그(여자실업축구)는 지난 5년간 인천 현대제철의 1강 체제였다. 지난주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대부분 사령탑들이 현대제철의 6연패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길영(38) 수원도시공사 감독은 현대제철을 지목하는 대신 “우리도 우승 후보”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객관적 전력에서 밀린다고 목표를 낮게 잡을 순 없다. 우승을 바라보고 준비한 만큼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WK리그에서 가장 젊은 사령탑이다. 유일한 80년대 생으로 지난 시즌이 끝나고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직은 처음 맡지만 15년간 코치 생활을 하며 내공을 다졌다. 청주 대성고 코치로 첫발을 뗀 뒤 숭실대, 순천대, 용인시청을 거쳐 2015년 수원도시공사(당시 수원시설관리공단)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그는 “코치 시절과 다르게 많은 결정권이 생겼다. 내 판단이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면서 기존 4-1-4-1 시스템을 과감하게 버리고 3-5-2를 내세워 나름의 성과를 냈다. 올해는 4-4-2 포메이션으로 도약을 노린다. 박 감독은 “좀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 전술에 변화를 줬다”면서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되 상대팀에 따라 3-4-3으로 변형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동계훈련에서는 전방 압박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그는 “볼을 빼앗긴 뒤 되찾아 오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현재 80%정도 완성됐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 움직임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축 공격수 김윤지의 부상은 예상치 못한 변수다. 김윤지는 동계훈련 때 아킬레스건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고, 6개월 진단을 받았다. 사실상 시즌 막바지에나 복귀가 가능하다고 한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 경기운영 능력이 좋아진 만큼 올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게 됐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럼에도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 기존 멤버가 공백을 잘 메워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감한 포지션 변화도 눈에 띈다. 오른쪽 풀백으로 뛰던 주장 김수연은 올 시즌부터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를 조율한다. 박 감독은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금세 적응을 마쳤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박 감독은 올 시즌을 ‘도전의 해’로 이름 붙였다. 우승을 목표로 내건 팀도, 감독으로 첫 발을 뗀 자신도 큰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성적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사진 김금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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