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이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효율성과 창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뛰는 방향이 달라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영학이 추구해온 궁극적인 목표는 ‘성과’이다. 오랫동안 경영학은 전통적인 성과의 원천인 효율성을 추구해왔으나 근래에는 효율성뿐만 아니라 창의성 또한 성과의 중요한 원천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방공기업도 현대 경영학이 안고 있는 문제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방공기업의 특성상 사업영역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공익사업으로써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며, 경영원칙은 공익성과 수익성의 조화, 독립채산을 표방하고 있다. 즉 공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며,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거나 경영수지가 흑자를 실현해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광명시의 자랑이자 광명도시공사의 대표 사업장인 광명동굴의 홍보 겸 '공익성 vs 수익성'의 일례를 들어 본다. 광명동굴에는 연간 100만 명이 훨씬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2017~2018년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관광지’로 선정되었으며 지역가치를 높인 성공적인 사례로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공익성 측면에서는 광명동굴에 많은 인원을 고용하여 정부와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반면 인건비 등 제 비용 증가로 수익성 창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일 공사 경영수지 적자 상태가 지속되면 시민의 혈세가 끊임없이 투입되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은커녕 자칫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공기업 경영자들은 공익성과 수익성 동시 달성이라는 딜레마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필자는 민간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취임 7개월의 초보 공기업 CEO이다. 지방공기업 직원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마케팅과 혁신에 중점을 두고 업무에 임한다. 민간 경영자로서 고객과 주주로부터 신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했듯, 공기업 경영자로서 ‘시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공사가 바로 설 수 없다’는 의미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신조로 시민과 지역사회로부터 신뢰, 수익성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공기업 입문과 동시에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제시한 공직자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인 공렴(公廉)을 좌우명으로 삼고 늘 초심을 잃지 않으리라 스스로를 다잡는다.

취임 일성으로 시민의 행복,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실현을 위한 4대 경영방침(인재 혁신 가치창조 윤리 경영)을 천명하고, 경영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공사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 및 시민 참여를 통한 사회 정부 혁신과제 발굴을 위해 시민참여위원회를 발족하여, 공사 경영 및 시민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열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시스템 정착을 위해 블라인드 기반 하에 제반 채용절차를 공신력 있는 채용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채용절차를 한층 더 강화함으로써 채용비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지역발전을 이끌 신 성장 동력 사업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광명동굴 입구 주변 55만 7천여㎡의 부지에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복합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조만간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사업 추진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특히 광명동굴 경영에 민간의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접목, 대국민 홍보와 고객서비스를 강화해 광명동굴을 공사의 캐시 카우 사업장으로 만들어 흑자경영의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두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는 시로부터 위수탁 받은 시설을 쾌적하고 안전하게 관리·운용함으로써 시민의 편익과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공사, 시민들에게 만족과 감동을 넘어 행복을 선사하는 공사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공사의 지속가능한 흑자경영을 통해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지 않도록 완전한 독립채산을 실현하는 것이다.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시민과 지역사회의 기대와 신뢰에 부응해야 하는 공기업 CEO의 궁극적인 사명이다.

김일근 광명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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