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보이는 몇 가지 통계들이 있다. 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이 대표적이다. 청년실업 문제도 그렇다.


전체 실업자 중에서 25~29세 청년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23.3%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또한 OECD 국가 중 이 수치가 20%를 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실업자 5명 중 1명 이상이 20대 후반 청년이라는 것인데, 그 만큼 우리 청년들이 취업과정에서 겪는 상대적 고통의 크기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20대 후반 청년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7.5%에서 2009년 10.4%로 크게 올랐지만, 2016년에는 8.4%로 점차 안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에도 7.1%로 낮았던 20대 후반 청년실업률이 2017년에는 9.5%까지 치솟았다.

이는 청년실업률 문제가 전반적인 경제상황 보다는 다른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다.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이 대기업의 절반에 불과한 현실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얼마 안 되는 대기업 일자리를 놓고 수많은 청년들이 경쟁하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청년실업률이 떨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여기에 더해 인구구조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베이비붐세대의 자녀세대인 에코붐세대가 20대 후반 연령에 도달함에 따라 본격적인 노동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25~29세 청년 인구는 38.8만 명에 달한다.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 결과는 청년취업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재난을 막기 위해 추경을 통한 재정지원 및 세제·금융지원 정책 패키지를 만들었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를 단기간에 해소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소득과 재산형성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나친 임금격차를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22만개의 추가고용을 창출하고, 2021년까지 청년실업률을 8%대 이하로 안정화시킬 계획이다.

한편 자동차, 조선업 등 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일부 지역의 경기침체 우려도 심각하다.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의 실업률을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15년 하반기에 비해 2017년 하반기 실업률이 군산은 1.0%에서 2.5%로, 통영은 2.9%에서 5.8%로, 거제는 1.7%에서 6.6%로, 고성은 1.4%에서 4.6%로 대폭 증가했다.

이러한 구조조정 위기의 불똥은 자영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옮겨 붙고 있다. 2017년 4분기 소매판매지수의 전년동기간 대비 증감률을 보면 위기지역이 속하는 전북, 울산, 경남이 각각 ▶1.3%, ▶1.9%, ▶2.1%로 전국에서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지역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추경안에 목적예비비 2천5백억 원을 추가로 편성하였다.

이번 추경을 위해 필요한 돈은 총 3.9조 원이다. 이 돈은 모두 작년 예산 중 쓰고 남은 돈과 정부 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으로 충당된다. 각각 17.3조 원과 11.6조 원이라는 엄청난 빚을 내어가며 했던 지난 정부의 2013년, 2015년 추경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라 빚을 늘리지 않는 이번 추경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추경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여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1야당은 국회 본관 앞에 천막까지 쳐가며 본격적인 정치투쟁에 들어갔다. 민생을 위한 추경과 각종 법안들을 뒤로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인지 의문이다.

민생을 위한 일과 정치적 공방은 분리되어야 한다. 지금은 한가하게 정치놀음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재난상황에 처한 청년실업과 지역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위반만 아니라면 모든 대책을 다 써야 한다. 국민은 추경예산안 처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야당은 이러한 국민의 외침에 하루 빨리 응하기 바란다.

김정우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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