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4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에서 창단 후 첫 단체전을 제패한 수원 청명중 선수단이 시상식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 청명중은 올해 단체전 3관왕에 도전한다. 사진=더 핑퐁
“3-0에서 4-3으로 뒤집힐 때도 있었는데, 이젠 다른 팀이 됐어요.”

안소영(42) 수원 청명중 여자 탁구부 코치는 최근 목표 하나를 이뤘다.

전국대회 단체전 우승은 청명중이 유일하게 넘지 못한 산이었다. 지난해도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지길 반복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청명중은 지난 23일 끝난 제64회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대회 3관왕에 오른 신유빈의 역할이 컸지만 다른 선수들도 고루 제몫을 해줬다.

안 코치는 “학교에 우승기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뜻을 이루게 됐다. 모든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덕분”이라며 흐뭇해했다.

2015년 9월 창단한 청명중은 수원의 첫 여자 중학교 탁구팀이다. 청명중 창단 후 청명고와 청명초도 잇따라 여자 탁구팀을 만들었다. 같은 이름을 쓰는 공립 초·중·고교가 모두 탁구팀을 운영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국내 탁구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4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주장 김희원과 김지수·권아현(이상 3학년), 신유빈·유다현(2학년), 배선희·김민선(1학년) 등 7명이 구슬땀을 흘린다.

청명중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4강권에 들며 전통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무엇보다 신유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연소 국가대표 상비군인 신유빈은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로 불린다. 신유빈의 출전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달라진다는 게 안 코치 설명이다. 여기에 권아현과 유다현, 김희원 등도 중등부 정상급 실력을 자랑한다. 이번 종별선수권 단식 결승에서는 신유빈과 권아현이 맞붙기도 했다. 결승에서 청명중 선수들끼리 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단한 팀워크도 도약을 뒷받침했다. 나이와 실력을 떠나 동료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게 하나의 팀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안 코치는 “개인 기량이 중요한 종목이지만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성이 강한 어린 선수들에게는 팀워크를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학교보다 훈련 강도가 센 편인데 서로 으쌰으쌰하며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훈련 여건도 다소 개선된다. 학교에 훈련장이 없어 수원국민체육센터 탁구장에서 운동을 해왔는데, 교내 체육관이 완공되면 50분 가까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안 코치는 “정규수업을 모두 마치고 훈련을 하기 때문에 이동하면서 버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앞으로 좀 더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안 코치는 올해 단체전 3관왕을 최종 목표로 잡았다. 청명고 선수들도 지도하는 그는 청명중·고의 동반 우승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안 코치는 “여자 중·고교 탁구를 말할 때 ‘청명’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고 싶다”고 했다.

청명중은 다음 달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 경기도 주축학교로 참가한다.

장환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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