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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시대] 경기도에 복지역사박물관을 지어보자

김희연 2018년 04월 26일 목요일

경기(京畿)라는 지명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고려 현종 9년 1018년의 일이다. 당시 도읍이었던 개성의 외곽지역을 경기라고 부르면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2018년 올해는 경기 정명(定名) 천년을 맞는 해이다.

그래서 경기도는 천년을 상징하는 엠블럼 및 슬로건을 제작하였고, 각종 기념문화사업을 위해 25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였다. 이중 관심가는 사업은 수원 옛 수원농생대 부지에 만들어진 경기상상캠퍼스 내 유휴공간에 3천㎡ 규모의 경기천년기록관을 조성하는 것이다. 경기천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되고, 어떤 내용들로 채워질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다. 아마도 경기도의 유래와 연혁, 행정구역 및 조직 변천사, 그리고 경기도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료들로 구성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 복지의 역사는 경기천년기록관에 전시될 수 있을까? 경기도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영역 중 하나가 복지이고 경기 정명 천년이라는 오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어, 훌륭한 복지 유업과 교훈들도 매우 풍부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복지에 대한 계속적인 기록이나 전문적인 연구가 없어 발전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기록관에 전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복지연구를 담당해온 필자의 게으름이 제일 큰 원인이고, 두 번째는 정책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있다.

지난 해 필자가 속한 기관의 창립 10주년을 맞아 경기도 복지 1세대들을 모시고 경기도 복지 백년의 역사를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 사료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대한제국을 기준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복지시설은 1913년 제시수녀가 수원에 세운 성공회고아원이라는 조선총독부의 기록이 있다. 그런데, 마이스트르신부가 설립한 고아시설인 ‘영해회’(1854)와 이필화씨가 세운 ‘경성고아원’(1905)은 모두 서울에 있었고, 당시 한성부(서울)가 경기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이 둘 중 하나가 경기도 최초의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1세대 원로가 있었다. 경기도의 범위를 현재로 둘 것인지 아니면 시설이 설립된 그 당시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경기도 최초의 민간복지시설이 달라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던 경기도 민간복지기관의 역사는 백년을 넘기고 있지만, 경기 복지 백년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는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기도 지역사회에서 빈민구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게 된 계기가 경기도민이라기보다는 인접한 서울시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은 다른 시도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역사적 맥락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는 도민은 많지 않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진행된 서울시 청계천이나 양평동의 대규모 도시재개발로 철거민들이 경기도 성남과 시흥지역으로 지속적으로 이주해오면서 도시빈민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는 성남사회복지관(1974년)이나 시흥작은자리복지관 등이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성남사회복지관은 경기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회복지관이고, 시흥시가 인구규모에 비해 사회복지관 수가 많게 된 이유이다.

이렇듯 현재 경기도 복지의 현상과 발전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적 전개에 관한 정리가 필수이다. 경기도가 발간한 경기도사(京畿道史)에 사회복지사업이 실려 있기는 하지만, 해방이후 사회복지시설 수나 보호대상자 수의 변화 등이 주요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경기도 복지의 발전 맥락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공식자료 외 민간 복지시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 그리고 복지 1세대들의 증언 등을 총망라한 내용으로 복지 역사를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정리된 자료를 누구든, 그리고 언제든 찾아볼 수 있도록 경기천년기록관과 같은 경기복지백년박물관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거창하기 보다는 복지 역사에서 의미있는 시설 한켠에 자료를 전시를 해도 좋고, 온라인박물관이면 접근성 측면에서 더 좋다. 경기도 복지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가 있고, 그 자료를 언제든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 지역의 복지역사를 기록, 정리하고, 공공재처럼 여러 사람이 활용할 때 복지 발전, 더 나아가 복지 분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희연 경기복지재단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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