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했던 것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은 재현일 뿐입니다. 옛 사람들의 정신문화를 21세기에 걸맞게 발전계승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주시 왕실도자기축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열리는 가운데 박부원(80) 도자 명장은 26일 이같은 소신을 밝혔다.

광주시는 2007년 ‘광주왕실도자기명장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 박 명장을 ‘광주왕실도자기 초대명장’으로 선정했다.

광주시 첫 도자명장의 칭호를 받은 광주왕실도자 1대 명장 지당 박부원 씨는 50여년동안 도자기를 만들며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각종 포상을 수상했다. 

또 도자기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바탕으로 세계도자기엑스포 등 각종 도자관련 행사에서 심사위원과 추진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광주왕실도자기의 우수성과 도자예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박 명장은 이천에서 도예를 시작해 1975년 광주시 초월읍으로 옮겨와 도원요를 설립했다. 

그는 “오백년 왕실도자기의 역사가 간직돼 전승되는 곳이 광주였다”며 “조선왕실의 국영 백자 제작소인 사옹원 분원도 광주에 있었기 때문에 광주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왕실도자기의 고장 광주에서 영감을 받은 박 명장은 많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이중 자신의 산방에 전시된 청동채이귀편병은 왕의 곤룡포의 색감을 떠올리며 제작했다고 한다. 또 둥근 모양에 가운데가 텅 빈 순백의 달항아리 작품은 그의 도예생활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박 명장은 “달항아리는 도교 사상에서 말하는 마음을 비운 상태, 즉 공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세계 어느 도자기 역사에서도 달항아리는 없고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어 “이런 달항아리는 광주시 분원 금사리에서 영조, 정조때부터 만들어졌다”며 “국가에서 광주에 사옹원 분원을 만들고 우수한 도공들을 모아 임금님께 상납하기 위한 상급의 작품을 제작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12점의 달항아리는 국보와 보물로도 지정돼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한국 도자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박 명장은 “도자기축제인 광주왕실도자기축제와 같은 행사를 활성화하고 현재 만들고 있는 조선왕실 사옹원 분원체험 마을 조성 등과 같은 도자기와 관련된 지원 사업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손들에게 왕실도자기의 고장, 너른 고을 광주에 살아가는 긍지를 물려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지백·김동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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