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시민 행복’만 생각했다. 12년간 이천시를 이끌어온 조병돈 시장은 “시민과 함께 해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고, 시민과 함께 여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민선 4기 조병돈호는 희망찬 닻을 올리자마자 정부의 하이닉스 증설 규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러나 조 시장은 지역발전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SK하이닉스 증설을 7년만에 이뤄냈다.

SK하이닉스가 이천시에 납부한 시세는 2016년 1천35억 원, 2017년 637억 원이 넘고, 올해는 최대 1천700억 원까지 예상되고 있다.

이천의 효자가 된 SK하이닉스 덕분에 도로망 구축 등 각종 인프라가 대폭 확충되면서 시민들은 ‘살기 좋은 이천시’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

걸어서 시청사로 출근하며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벼온 조 시장은 늘 시민들과 함께 해왔다.

시장실을 떠나려니 "해야 될 일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그를 지난 26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시장과의 일문일답.



Q. 3선 시장으로 민선 6기 마무리단계다. 소회는?

A. 돌이켜 보면 성과 만큼이나 시련도 많았다. 민선 4기 출범 직후 조직을 진단해 역동적 시정 운영을 결의했다. 그러나 무언가를 시작해보려 하자마자 정부에서 하이닉스 증설을 불허했다.

발표 날짜가 정확히 2007년 1월 4일이다. 1월 14일 기관, 단체장 등 120명이 모여 대토론회 갖고, 1월 23일 4천명 시민이 모여 과천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성 단체는 바자회를 열고, 예술인은 도자기와 미술품을 팔아 3억 원의 기금을 마련해 규탄대회 등에 사용했다.

매주 토요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10여년 전의 일이지만 정확한 날짜를 기억할 정도로 추운 겨울 시민들과 함께 눈물 흘렸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시민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Q.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성장한 비결은?

A. 이천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가 많지만 지난 임기동안 1:1 공무원 기업 후견인제 운영과 기업 SOS 지원단 구성, 소규모 기업환경 개선 등 기반시설 확대와 맞춤형 현장 지원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왔다.

SK하이닉스 M14 공장 준공과 추가 투자 유치는 물론,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최초의 소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등 각종 규제 속에서도 틈새 전략을 노려 최선을 다했다. 특히 민선 6기에는 65개 도로에 2천998억 원을 투자해 사통팔달의 촘촘한 교통망을 구축하고 낙후지역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도로망 조기 구축은 교통 혼잡비용을 절감하고 산업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기업이 살아야 지역이 발전한다.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는 말처럼 주민의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천시는 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과 일자리 창출 효과 등 그 필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정책을 입안할 때에도 기업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개별 기업의 애로사항 하나하나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Q. 창의문화도시의 면모도 자랑거리다. 산업발전과 연계를 시도했는데?

A. 이천시는 유네스코 공예분야 창의도시로 현재 부의장 도시의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2013년 미국 샌타페이시, 2015년에는 프랑스 리모주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해 그간 일본과 중국에 국한된 국제 교류의 틀을 유럽과 미주지역으로 확대했다. 파리 메종오브제 참가와 미국 포모나시 아모카 전시전 개최 등 해외시장 개척에EH 집중했다.

이천시는 대한민국 최고의 도자 도시이지만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최근 문을 연 국내 최대 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는 이러한 이천의 도전을 상징한다. 예스파크는 12만3천 평에 달하는 부지에 221개 공방과 휴게와 문화시설이 들어선 국내 최대 도자 테마파크다. 올해 이천 도자기 축제는 이제 그간의 축제 장소인 설봉공원을 벗어나 예스파크에서 4월 27일부터 5월 13일까지 열린다. 이천시는 집적화된 도자예술마을을 통해 머물고 즐기는 도자 마을을 만들고, 수준 높은 작품을 통해 ‘도자기는 이천’이라는 브랜드와 위상을 확고히 할 계획이다.



Q. 향후 어떤 모습의 관광도시로 발전할까?

A. 임기동안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서희 테마파크, 농업테마공원, 민주화운동 기념공원, 농업박물관, 시립 월전미술관 등 다소 미흡했던 관광 인프라를 크게 확충했다.

최근 체험관광과 시티투어버스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관광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 1일자 조직개편으로 체험관광팀을 신설했고, 현재 농촌, 먹을거리, 공예, 스포츠 여가 등 4개 분야 100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완성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9월 처음 시도한 시티투어버스는 반응이 좋아 올해 3개 코스로 다양화했는데 지역내 주요 관광지를 저렴한 가격에 둘러보며 도자 관람과 체험, 품질 좋은 농산물 쇼핑까지 할 수 있어 인기다.

4월부터는 스탬프 투어를 시작했다. 아직 처음이라 성과를 알 순 없지만, 중요한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콘텐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있고, 수도권 대도시를 배후로 이천시가 가야 할 정책의 방향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다.



Q. 교육으로 지역발전의 선순환을 만들어냈는데?

A. 시장이 돼 보니까 교육 때문에 이천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또 직장이 이천에 있지만 교육문제로 가족들과 함께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천시는 2008년에 설문조사, 보고회, 시민토론회 등 여러 과정을 거치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이천시 교육발전종합계획을 수립했다. 단기과제, 중장기과제를 나눠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했고, 이후 그때그때 순간적인 판단이 아니라 교육발전종합계획에 따라 원칙을 가지고 지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교육을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나는 중소도시에서 이제는 교육을 위해 머무르고 찾아오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명문대 합격생도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인재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이천의 인재육성을 위해 멘토와 교사로 돌아오고 있다. 교육은 긴 안목과 체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이천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명품교육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Q. 독특한 시민운동을 통해 행복을 강조했는데?

A. 이천시가 그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 물론, 외형적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문화의 힘이 있는 도시, 개개인의 삶이 행복한 도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행복한 동행’과 ‘참시민! 이천행복나눔운동’이 있다.

‘행복한 동행‘ 사업은 2013년 시작돼 2016년 대한민국 사회 공헌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며 사회 공헌 활동의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매월 자장면 10그릇을 제공하는 중국집, 매월 3가정에 3마리 치킨을 제공하는 치킨 집, 매월 3명의 학생에게 학원비를 지원하는 학원 등 무언가 뛰어나거나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 잘 하는 일을 이웃과 함께 나누면 된다.

참시민 운동도 마찬가지다. ‘먼저 양보하고 웃으며 인사합니다’, ‘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등과 같은 생활 속에서 충분히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들이다. 서로 간의 배려를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문화 도시 이천을 만드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재임기간 중 가장 큰 보람과 아쉬움을 꼽는다면?

A. SK 하이닉스 증설은 7년 만에 얻은 큰 결실이자 이천시민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15조 원이 투자된 M14 공장 증설로 직접 고용만 4천여 개에 달한다. 주변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일자리 확대 효과는 엄청나다. 이천시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4년 연속 경기도내 고용률 1위를 차지했는데 일자리센터 운영과 함께 SK하이닉스 증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규제다. 일부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농지보전부담금과 대체산림자원 조성비를 한시적 유예하고 관광지 조성의 경우 면적 상한 폐지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비수도권의 논리에 막혀 더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현재로서는 한꺼번에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기보다 현실적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Q. 민선 7기 이천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A. 기본적으로 선출직 공무원들은 지역을 사랑해야 한다. 지역을 사랑해야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고, 이겨내야 성과도 있고,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다.

민선 7기에는 더욱 능력 있는 인물들이 선출돼 이천을 위해 일해야 한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 정치문화는 전임자의 성과나 정책을 터부시하는 면이 있다. 후진적인 정치문화라고 생각한다.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잘한 것은 계속 이어져야 분명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참시민! 이천행복나눔운동’이나 ‘행복한 동행’ 같은 배려와 공동체 질서 회복을 위한 시민운동이나 관련 정책은 이천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시민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할 계획인지?

A. 임기가 끝나면 포럼이나 연구소 같은 것을 만들어 이천의 발전을 위해 젊은 후배들과 함께 토론하거나 공부를 해보고 싶다. 경쟁력 있는 지역 일꾼들을 많이 배출해서 이천 발전에 작은 도움이나마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시장이나 시의원은 생활정치를 하기 때문에 정당 공천제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천제가 능력 있는 일꾼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정말 지역을 사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시의원이 되고 시장도 돼야 한다.

품격을 갖춘 시장과 시의원들이 배출돼 공무원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



Q. 시민에게 한 말씀.

A. 3선 시장으로서 그동안 삶의 중심은 오직 이천이었다. 시민과 약속했던 대부분의 사업들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이천은 이제 명실상부한 수도권 강소도시가 됐다.

임기 중 하이닉스 증설 불허와 군부대 이전 투쟁까지 함께 해준 시민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제 곧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이천의 발전을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 두 달가량 남은 임기 동안 작은 것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고 시민들이 준 권한과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잘 마무리하겠다. 마지막으로 12년간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과 이천시 직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담=박현정 지역사회부장

사진=김금보기자



He is.

이천 관고동 출신으로 1967년 양평군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천시를 거쳐 경기도에서 근무했다. 양평군 건설과장, 화성군 건설과장, 이천시 건설도시국장, 경기도 건설계획과장, 경기도 지역개발국장, 경기도 건설본부장, 이천시 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전문성을 꾸준히 개발했다. 대학, 대학원을 진학하며 공부했고, 측지기사 1급, 토목시공기술사, 건설안전기술사 등 전문자격증도 취득했다. 38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열과 성을 다해 일했다.

이천 부시장을 하면서 이천 행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초선, 재선을 자유한국당으로 출마해 연임했고, 2014년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후 3선에 성공했다. 보수 텃밭이던 이천지역에서 민주당 세로 일정 부분 풍향을 돌리는 역할을 했다.



▶생년월일 : 1949년 1월 24일

▶고향 : 이천

▶좌우명 : 진인사대천명

▶존경하는 인물 : 서희선생

▶취미 : 독서, 테니스

▶운동 : 하루 1만보 걷기(걸어서 출퇴근)

▶저서 : 희망 그 찬란한 행복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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