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화서초 농구부 선수들이 교내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긴 침체기를 겪은 화서초는 2년 연속 전국대회 3위에 오르며 부활을 예고했다. 사진=화서초등학교 
2년 전 수원 화서초 여자 농구팀의 최우선 과제는 ‘부상 방지’였다.

선수가 5명밖에 없어 누구 하나 다치면 대회 출전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초등부에서는 드물게 발목 테이핑을 하고 경기를 뛰었다. 선수만 부족했던 게 아니다. 기본 장비 외에 제대로 된 훈련용품도 없었다고 한다. 44년 전통의 농구팀이 처한 냉혹한 현실이었다.

2016년 1월 팀을 맡은 이지희(30) 코치는 발품을 팔며 선수부터 찾았다. 여러 학교의 체육 수업을 참관하고, 사설 농구교실과 각종 클럽 대회를 다니면서 새싹들을 발굴했다. 그해 하반기부터 선수가 늘더니 이듬해 13명까지 불었다. 지금은 주장 정채원과 박서현·최민경(6학년), 정채아·박선민·구희모·이지원(5학년), 윤가온·신보민·조연후(4학년) 등 10명이 구슬땀을 흘린다. 정채원-채아, 박서현-선민은 자매다.

1974년 창단한 화서초는 강팀으로 군림하다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불리는 박지수(20)가 졸업한 뒤 침체기를 겪었다.

화서초가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화서초는 윤덕주배 2017 연맹회장기 전국초등학교농구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6년 만에 전국대회 시상대에 섰고, 최근 끝난 협회장기 대회에서도 3위에 오르면서 부활을 예고했다.

이지희 코치는 “준결승에서 성남 수정초의 벽을 넘진 못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정말 잘해줬다. 동계훈련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음 지었다.

여전히 어려움이 많지만 2년 전보다는 팀 상황이 나아졌다고 한다. 훈련 용품도 새로 장만했고, 협회장기 출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단체복까지 맞춰 입었다.

이 코치는 “수원시체육회와 경기도농구협회, 수원시농구협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팀 분위기도 덩달아 좋아졌다. 2년 연속 시상대에 서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훈련 열기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코치는 “내가 초등학생 때 화서초는 가장 두려운 팀이었다. 옛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꾸준히 상위권에 드는 팀, 지더라도 멋진 경기를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화서초는 오는 7월 열리는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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