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한세대학교 대학원관 3층 복도, 경찰행정학과 학부생 40여 명이 긴장한 듯 대기하고 있다. 경기북부남양주경찰서 경비작전계장의 위기협상 이론 교육과 완강기 체험이 있었다. 고소 공포증이 있어 포기하려는 남학생도 한 명 있었지만 결국 남·여 학생 모두 두려움을 극복해냈다. 전부 처음 완강기 체험을 해 보는 학생들이었다.


재해 현장에서 쉽고 안전하게 탈출 할 수 있는 완강기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두려움을 가질까? 결론은 체험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에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용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같은 대형사고가 연이어 발생 하면서 안타까운 희생 소식이 계속 들려오면서도 완강기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고귀한 생명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가 없어 무거운 마음이 앞선다.

필자가 처음 이 훈련을 제안 했을 때 한세대학교 측은 반기면서도 학교에 완강기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훈련을 지켜 본 이후에야 개교 이래 처음 보는 훈련으로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경찰행정학과 학부생으로 한정했지만 대학교에서 완강기 훈련을 시도 했다는 자체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를 지켜보는 많은 학생들이 간접 경험을 하고 전파를 했을 것이기 때문에 효과는 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완강기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2조를 포함하여 최근 건립되고 있는 학교, 경찰·관공서 및 숙박시설, 공동주택, 관광 휴게시설, 장례식장 등 대부분의 10층 이하의 건물에 설치되어 있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사용법을 모르면 사용할 수 없다. 직접 체험을 하지 않고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을 거부하게 된다.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살릴수 있는 완강기가 그렇다. 우리 국민 중 완강기를 직접 체험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이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완강기 체험을 해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완강기 체험 등 재난대응 훈련은 오는 5월 8일부터 2주간 전국적으로 실시될 예정인 ‘2018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민방위 훈련과 연계하여 지진 대피훈련, 다중이용시설 재난대피 훈련을 병행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부상자를 부축하여 이동하거나 복도 통로를 따라 이동하는 훈련도 필요하지만 복도를 이동할 수 없을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 어느쪽이 빠르고 안전하게 탈출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이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라면, 완강기는 나를 보호하고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도구인 것이다. 그동안 각계각층의 부단한 노력으로 중학생만 되어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완강기 사용 요령 역시 초등학교 학생도 알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아울러 에어매트나 경사구조대와 같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도구라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문적인 체험 교육기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재난대응 훈련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재난대응 장비들을 체험할 기회가 널리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조세희 남양주경찰서 경비작전계장, 경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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