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은 자손의 번창과 장수, 부귀 등 행복을 염원하는 베갯모의 전통문양과 상호매체적인 텍스트들을 화면에 도입하여,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속살거리며 바라는 것을 청한다는 베갯송사로 확장해 나가는 작업이다.”

‘초이’ 작가의 말이다.

수원 행궁동레지던시를 기반으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초이 작가(본명 최경자)의 개인전이 1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갤러리 쿱’에서 펼쳐진다.

현재 갤러리 쿱(한국화가협동조합) 소속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등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베갯 송사’를 주제로 한 시리즈 작품들을 선보인다.

‘젠더 바운더리’(Gender Boundary, 성적 경계)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는 현대에서 과연 베갯머리에서 일어나는 역사가 아직 건재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고찰에서 출발한 베갯 송사 시리즈는 이성과 감성이 분리된 사랑, 욕정, 거짓된 욕망 등의 감정들을 ‘알파 걸’이라는 매개를 통해 표현해 나가고 있다.

작가는 의상디자이너였던 과거의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회화 풍을 만들어 냈다.

사물이나 인물은 간결하게 표현하는 반면, 인물의 옷의 패턴들을 전통문양을 사용해 세밀하게 묘사했다. 알파걸의 길고 가는 선은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의 마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기법적으로 드로잉의 기능을 회화로 흡수시키려는 작가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작업방식은 한지를 여러 겹 올린 층위에 선묘법으로 인물이나 사물들을 단순하게 처리하거나, 특정 부분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형식이다. 공들여 묘사하는 부분은 주로 베갯모 부분으로, 바느질을 하거나 자수기법으로 표현했다.

초이 작가는 “한국적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화와 서양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열린 공간을 형성했다”며 “이 공간에서 반대되는 관점을 동시에 지닌 인간의 양면성과 모순을 여인을 통해 말하려한다”고 말했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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