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대부해솔길·안동 선비순례길-선성현길·당진 버그내 순례길·보은 오리숲길·세조길

천천히 걸으면서 ‘힐링’하는 국내 걷기 명소

연휴가 끝나고 찾아온 후유증에 괜히 시계만 쳐다보며 지루한 하루를 보내는 요즘.

찌뿌둥한 우리네 상태와는 달리 창밖에는 연일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이어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다면 이번 주말은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보는 것도 좋다.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으로 맞아보는 건 어떨까.

천천히 걷기 좋은 날씨, 5월을 맞아 걷기 좋은 국내 여행지들을 모았다. ‘힐링의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안산 대부해솔길

대부해솔길은 서해의 아름다운 바다와 갯벌을 체험하고 낭만과 추억의 명소로 개발하기 위해 인공적인 시설은 설치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길을 유지한 트레킹 코스다.

전체 7개 코스로, 예부터 있던 오솔길과 해안가 길을 따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을 감상하며 대부도를 한 바퀴 돌도록 조성됐다.

특히 대부도관광안내소를 출발해 24시 횟집에 이르는 1코스는 대부해솔길의 백미다. 코스는 대부도관광안내소(방아머리공원)~북망산~구봉약수터~개미허리~낙조전망대~구봉선돌~종현어촌체험마을~돈지섬안길로 이어진다. 천천히 걷다보면 넓게 펼쳐진 서해 갯벌을 곳곳에서 만나게 되고, 바다와 어우러진 빽빽한 해송숲도 볼거리다. 북망산과 구봉도, 낙조전망대의 조망이 빼어나고, 구봉약수터를 비롯한 작은 해안이 주는 정취도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북망산과 구봉산, 돈지섬 세 곳의 산을 넘나들지만 높이가 낮고, 오르내리기도 수월하다. 전체 11.3km에 4시간이면 넉넉하다. 코스를 돌고나면 대부도에서 맛볼 수 있는 바지락칼국수를 맛보러가는 것도 추천할만 하다.

▶경북 안동 선비순례길-선성현길

선비의 도시 안동에는 말그대로 선비의 길이 있다. 낙동강 상류지역인 안동 와룡면의 협곡을 막아 생긴 안동호는 낙동강 수계의 최대 인공저수지다. 시에서는 안동호 수변을 따라 9개 코스 91km의 걷기여행길을 조성했는데 이 길이 바로 안동선비순례길이다.

이 길에서는 길 이름에 걸맞게 서당, 서원, 향교, 고택 등을 만나게 되며, 퇴계 이황 선생을 비롯한 선비들의 흔적도 찾아보게 된다.

안동선비순례길을 여는 1코스 선성현길은 오천리 군자마을에서 시작해 코스 이름이 된 ‘선성현문화단지’를 거쳐 월천서당에 이르는 13.7km의 노선이다.

군자마을 뒷산을 넘어 안동호반을 따라가는데 편안한 산길과 걷기 쉬운 데크로 이어지는 길(군자마을입구~군자마을(오천유적지)~군자마을입구~보광사~선성현문화단지~안동호반자연휴양림~월천서당)이다. 약 4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로, 어른아이 모두 부담없이 완주할 수 있다.

특히 아담한 고택마을인 군자마을은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세월의 흔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다만, 민속 관광마을이 아니라 실제 거주민들이 사는 곳이라 조심스레 돌아보는게 좋다.

▶충남 당진 버그내 순례길

버그내 순례길은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말그대로 종교적 의미를 가진 ‘순례길’이다보니 신자들에게는 몸가짐, 마음가짐을 단정하게 하고 찾아가야할 여행지이기도 하다.

버그내 순례길은 당진 합덕읍에서 삽교천을 따라 이어지는 약 13km의 걷기길로 그 이름은 합덕 장터의 옛 이름인 ‘버그내’에서 유래됐다.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인 솔뫼성지에서 조선의 카타콤베라 불리는 신리성지까지 조성된 길은 대한민국 천주교 역사상 가장 많은 신자와 순교자를 배출한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천주교 성지다.

2014년에는 천주교회 최고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찾았고, 2016년에는 아시아도시경관상을 수상하는 등 겹경사를 누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순례길로 발돋움했다.

코스의 시작인 솔뫼성지 입구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친근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으며, 생가 뒤편에는 솔뫼라는 이름에 맞게 푸르른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소나무 숲길을 걷노라면 지친 몸과 마음의 힐링을 느낄 수 있다.

코스는 합덕제~합덕성당~합덕수리민속박물관~합덕농촌테마공원~합덕제중수비~원시장 원시보 우물터~무명순교자의 묘~신리성지까지 이어진다.

▶충북 보은 오리숲길·세조길

오리숲길·세조길은 속리산 문장대 가는 등산로 옆으로 새롭게 걷는 길을 닦아 만들었다.

조선 세조가 속리산을 수차례 다녀간 것을 이름에 담은 것으로 아름다운 침엽수림과 달천계곡을 사이에 두고 그림 같은 길이 4km 정도 이어진다.

법주사 문화재입장료를 내야하므로 자연스럽게 법주사 관람을 함께 하게 된다. 1.2km 정도는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무장애탐방로로 조성됐다. 속리산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오리숲길 입구~법주사 매표소~법주사·오리숲길 끝·세조길 입구~탈골암 입구~세심정 갈림길로 마무리 되는 코스로, 1시간 40분에서 2시간이면 넉넉하게 돌아볼 수 있다.

오리숲길 한쪽으로는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다. 여러 작품을 감상하며 천천히 거닐어보는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하다. 이곳을 지나면 법주사 입구에 들어서게 되는데, 법주사는 천년고찰로, 이곳만 천천히 둘러봐도 본전은 뽑는 여행이다. 보물 제915호인 거대한 대웅보전을 비롯해 한쪽에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법주사를 내려다보는 높이 33m의 금동미륵대불까지 만나볼 수 있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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