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박철│창비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는 올해로 시력 서른한해째를 맞은 박철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1987년 ‘창비 1987’에 ‘김포’ 등 1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도시 주변부의 풍경과 삶을 애정있는 시선으로 그려내며 독자와 평단의 신뢰를 쌓아왔다.

‘작은 산’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지난 30년의 작품활동을 가다듬고 되짚어보고 있다는 데 한층 의미를 더한다.

“내 나름의 시 이론서를 하나 쓰고 싶었으니, 이 책으로 대신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드러나듯, 4부 65편으로 구성된 시편들을 통해 완숙한 서정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시인이 걸어온 삶의 여정은 이번 시집 곳곳에 묻어나 있다. 어릴 적 고향 김포의 풍경에서 시작해 서울 변두리를 거쳐, 저기 먼 호주 같은 곳을 지나 다시 고향 김포로 돌아오는 동안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의 자리에서 부끄러움과 싸워온’ 고투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박철의 시가 변화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시인의 눈에 비친 사회현실의 세목들이 달라졌기 때문이고, 박철의 시가 한결같다고 말할 수 있다면 이는 생활과 비참과 세계의 부조리가 여전히 공고히 버티고 있는 까닭이다. 값 8천 원.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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