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국 로스쿨의 합격률이 전격적으로 공개되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로스쿨의 합격률을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과 항소심에서 이를 받아들여 공개하게 된 것이다. 합격률 공개의 여파로 인해, 합격률이 낮은 로스쿨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고 해당 로스쿨의 인가를 취소하자거나, 로스쿨 합격자 수를 줄이고 사법시험을 다시 되살리자는 주장까지 무수한 논란들이 전개되고 있다.

서열주의, 학벌주의, 지방과 중앙의 차별이 유독 분명한 우리나라에서 합격률을 공개한다는 것은 이제 10년 된 로스쿨들 특히 지방 로스쿨들에게는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중에는 지방에 소재하면서도 합격률이 상당히 높은 대학들이 있다.

하지만 로스쿨을 도입하게 된 근본적인 취지를 다시 생각하면서, 지방대학 로스쿨들의 현실과 합격률이 높은 대학들이 왜 높았는지에 대한 이면을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 그런 다음 로스쿨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논의되어야 한다.

변호사 시험 자체는 상당히 공정하다. 잠깐 공부해서 합격할 수 있는 시험도 아니고, 시험 수준도 아주 높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정도로 그리 쉬운 시험이 아니다. 쉽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3년 공부하고 합격한다는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민사, 형사, 공법 실무는 기존 사법시험 1, 2차에 사법연수원 1년차에 가까운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말 어렵다.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사법시험으로 인한 특권계층화, 법조비리의 온상인 사법연수원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춘 전문성과 다양성이 확보된 변호사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사법시험의 순혈주의와 끈끈한 네트워크가 깨져야 법조비리가 사라지고 사법의 정의가 서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로스쿨들이 합격률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대학이든 현재까지 전체 졸업생의 60% 이상은 합격해오고 있다. 물론 입학정원 대비 75%라는 기준으로 인해 점차적으로 합격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사법시험 시대에는 상상이 불가능했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사법시험 시대에는 서울대, 연고대 합격률이 전체의 50%를 차지했으며, 여기에 한양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서울 소재 대학의 합격률을 포함하면 80%를 넘게 된다. 잘해야 20%가 지방대 출신들의 몫이 되었다.

변호사 시험은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고 있다. 여전히 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들이 지방 로스쿨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방 로스쿨들은 지역인재 육성 정책으로 입학정원의 20%를 지역대학 출신으로 의무적으로 모집하고 있고 지역의 인재들을 차별 없이 수용하면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으로 성공한 측면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합격률과 관련해서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지방 로스쿨들이 서울 소재 로스쿨들과 시작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소재 로스쿨은 지방인재 의무할당비율이 없다.

이미 지방이라는 지역적 불리함이 있는데, 지역인재 의무할당으로 인해 불리함이 강화된 것이다. 같은 시작점에 놓고 보려면, 서울 소재 대학들에게도 수도권 밖의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 대한 의무할당비율이 20% 이상 부과되어야 한다.

합격률이라는 무서운 사회적 평가기준이 존재하다보니 이제는 로스쿨들이 성적이 애매한 학생들의 졸업기회를 더욱 좁힐 것이다. 이미 많은 로스쿨들이 졸업생 수를 통제하면서 합격률을 제고하고 있는데 이런 수단들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부 합격률이 높았던 대학은 의도적으로 사법시험 1차 합격자를 로스쿨에 합격시켜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였다. 학교 입장에서는 훌륭한 정책적 수단이었지만 이 또한 로스쿨을 도입한 취지와는 맞지 않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제한하려는 대한변협의 태도 또한 옹졸하다. 일반 사업자단체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후진 양성에 대한 장기적 고려, 후배들인 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지원 등은 모른 체하면서 변호사 수를 통제하려는 노력만 하고 있다.

물론, 도입된 로스쿨을 잘 살리고, 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로스쿨의 커리큘럼 등을 포함해 손봐야 할 곳이 있다. 지금 데로 가서는 법학이론도 죽고 실무능력도 양성할 수 없는 수험용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로스쿨들 또한 변호사의 다양성, 전문성을 확보라는 근본 취지에 맞도록 개선하고 노력해야 한다.

류권홍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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