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사옥 매각 유찰되자 수의계약… '준주거지 변경' 토지리턴 조건
매입사 분양아파트 건립 돕기도… 감사원 "조건변경으로 법 위반 이권개입 금지 행동강령 어겨"

▲ 한국식품연구원 분당사옥. 사진=한국식품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이 성남시 분당에 있는 구(舊) 사옥을 매각하면서 매입사에 유리한 조건을 들어주고, 소유권을 넘긴 뒤에도 해당 부지에 임대아파트가 아닌 분양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도운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부동산 보유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식품연구원은 성남시 분당구 자연녹지지역에 있는 구 사옥 매각을 2011년 8월부터 추진했지만, 계속 유찰되자 부지 용도를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식품연구원은 2015년 2월 A업체에 구 사옥을 2천187억원에 ‘토지리턴제 조건부’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A업체가 구 사옥을 사면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안 될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조건’을 걸었고, 이를 식품연구원이 수용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 등에 따르면 수차례 입찰이 유찰돼 수의계약할 경우 최초 입찰 시 정한 가격 및 조건을 변경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2015년 9월 해당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토지리턴제 조건부로 수의계약하는 바람에 연구원은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이익을 높일 기회를, 다른 매수 희망자들은 매수의 기회를 잃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식품연구원은 당초 성남시에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해서 용도변경이 이뤄졌는데, A업체가 소유권이전등기 후 ‘형식상 지구단위계획 변경 제안자가 되어 임대아파트 대신 분양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이 또한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식품연구원은 A사를 위해 지구단위계획 제안자가 될 아무런 법적 의무가 없고, 제안자 역할을 하는 것은 이권개입 등을 금지한 식품연구원 임직원 행동강령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식품연구원은 총 24차례에 걸쳐 지구단위계획 입안 제안을 하는 것처럼 성남시에 공문을 보내거나 연구개발(R&D) 용지 기부채납, 초등학교 증축 등을 책임지는 내용의 공증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은 2016년 12월 매각한 부지에 분양아파트를 건립하는 내용으로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자, 곧바로 ‘사업시행자를 A사로 변경한다’는 공문을 성남시로 보냈고 결국 A사는 지난해 7월 1천100세대의 아파트를 분양했다.

김재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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