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냉각수 영향 수온 상승해 무단 방류된 외래종 적응·번식...전문가 "번식력 왕성… 지켜봐야"

 

▲ 이천 부발읍 죽당천에 서식하는 구피들. 개인이 뜰채로 떠서 잡을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많다. 사진=독자제공(story of crobis)

이천시 한 하천에서 서식조건에 맞지 않는 외래 어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생태계에 없는 새로운 개체가 유입돼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15일 환경부와 이천시 부발읍 주민 등에 따르면 부발읍 죽당천에는 인근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냉각수로 인해 연중 따뜻한 수온이 유지되면서 방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열대관상어 구피가 집단 서식하고 있다.

실제 이날 부발읍 신원리 경강선 부발역 뒤편에 흐르는 죽당천에 다가서자 한 눈에 봐도 관상용 어종인 구피들이 물가 가장자리에 모여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치어까지 포함하면 그 개체수가 상당했다.

그러나 외래 어종이 늘어나며 기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죽당천에는 구피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는 붕어, 동사리 등 토종 육식어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열대어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동사리 등의 육식어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환경부는 2015년에도 죽당천에 외래종이자 관상용 어종인 구피가 서식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구피 수가 많지 않은데다 상위포식자가 아닌 어종 특성상 제재를 가하지 않았으나 번식력이 좋은 구피는 몇 년 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구피를 낚시 미끼로 사용하면서 하천의 존재를 숨기기도 했다.

결국 구피는 급속도로 늘어났고, 죽당천 구피 서식지는 올 초부터 SNS등 인터넷에 올라오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온라인 영상사이트에 죽당천에서 구피 1천여 마리를 잡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는 자연환경으로 방출된 외래종이 그 환경에서 나름의 적응을 해 번식하게 되면 환경의 생태계에 개입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덕본 대구대학교 생명공학 교수는 “한 두마리를 방류했을 때 폐사하지 않고 적응해 몇 년간 서식했다면 단순히 외래종 무단 방류에서 그친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죽당천이 인근 발전소로 인해 수온이 높아진 특수한 환경이라 구피가 한국 자연에 적응했다고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번식력이 엄청난 어종 특성을 고려해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에 죽당천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이전에도 집에서 키우던 관상용 어류 등을 무단 방류하는 사례가 자주 접수돼 우려가 된다”며 “관상용 동물을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자연환경에 무단 방류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홍보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경민기자/tra@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