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처음부터 포문이 거셌다. 인천시장 후보간의 설전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와 자유한국당 유정복 후보가 아니라 대변인 논평의 포문이었다. 서로를 비난하며 신경전을 벌인 대변인들은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두 후보를 대신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일단 박 후보 진영에서의 유 후보에 대한 못마땅한 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날부터 시민에게 사과부터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한 일이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과거 친박 실세로 행세하며 힘 있는 시장이라고 자랑했던 유 후보가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였던 박근혜 적폐 정권의 잔존세력이란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나서 유 후보에 대해 인천시민이 다 아는 일이라며 적폐 정권의 일원이었음을 고백하고 시민께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힌 것이다. 또한 유 후보가 4년 전에는 ‘대통령, 중앙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힘 있는 시장’임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인천 행정에 대통령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정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는 얘기가 다소 유 후보에게 불리한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유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상대 진영이 지난 4년 내내 진실을 왜곡하고 시정 성과를 폄훼했다며 막말을 중단하라고 맞받아쳤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느낄 수 없다.

우리는 무엇보다 대변인 고유의 직책에 걸맞은 일을 떠나서 당사자는 한 발짝 물러서 있고 대변인들에 의한 설전이 오히려 진정성이 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심정이나 확실한 입장을 대신 전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간접적인 포문은 아닌 듯 해서다. 유 후보나 박 후보는 지금부터라도 당사자들이 직접 책임 있는 얘기들을 해야 하는 것이 옳다. 말이라는 것이 한 사람만 건너뛰어도 변질되기 쉬운 소재여서다. 대변인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신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남의 입 만을 빌려 이전투구 양상을 벌이는 것은 유권자인 주민들이 봐서도 그리 명쾌하지만은 않다.

박 후보의 이런 대변인 공격에 유 후보 캠프에서도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 시절을 들어 오히려 빚더미만 키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인천을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는데 이제 와서 자신의 실정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는 전혀 없었다는 지적을 했지만 이 역시 말에 말로 인한 말싸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알다시피 유 후보와 박 후보는 제물포고 1년 선후배 사이다. 물론 이런 동문 학연이라도 서로의 갈 길에 따라 얘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변인을 통한 비방전으로 흐르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자문해야 한다. 인천은 지금 시급한 현안이 쌓여 있다. 그것을 풀어가는 정책대결만 해도 시간은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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