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겠다.”

북한이 내달 12일 열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본격적인 기싸움에 나섰다.

‘세기의 핵 담판’을 앞두고 미국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다양한 강경 목소리가 줄을 잇자 더는 참지 않겠다는 듯 미국을 향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북미 핵 협상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직접 나서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과정에 대한 미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조목조목 지목하며 정상회담의 재검토까지 시사했다.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를 살펴보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북한의일방적인 핵폐기, 일방적인 ‘항복’으로 몰아가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 분위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더욱이 미 행정부가 북핵폐기에 대해 요란히 떠들면서도 정작 그 대가로 북한에해줘야 할 체제보장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김계관 제1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 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 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회동에서 북한 체제 보장을 위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회동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이오 장관 등의 입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미 행정부가 북핵폐기의 보상 차원으로 ‘번영’ 등을 거론하며 민간투자나 지원 등 경제문제 차원에서만 이야기할 뿐 북미관계 개선이나 북미 수교 등 북한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체제보장과 관련된 핵심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북한이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하고 미국을 향해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합동훈련을 ‘북침’행위라고 경계했지만 3월 초 남쪽의 대북특별사절 대표단의 방북 때는 나름대로 이해를 표시하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번 맥스선더 훈련에서 이례적으로 한반도에 전개된 F-22를 기존의 6대에서 8대로 늘리며 대규모로 진행되자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진정성에 다시 한 번 의심의 눈길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북한의 핵포기만을 요구하거나 비핵화 논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인권, 생화학무기,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의 발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속내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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