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을 타고 순항했던 한반도 정국에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북한이 16일 오전 0시 30분에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지하는 등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물론 미국까지 즉각적인 대응을 내놓지 않고 그 의중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의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첫 자리여서 많은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백악관은 이같은 사실을 즉각 공유했으며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긴급회동을 가졌고,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한미 간 소통에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표면상으로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그간 정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남북정상회담 중에 있었던 연합훈련도 문제 삼지 않았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것이 주요 이유는 아닐 것이다. 최근 미국 일각에서 강경 발언이 거듭되면서 북한 측의 자존심을 건드린 측면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청와대는 갑작스런 남북 상황의 변화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답변을 내놓고 부정적인 견해는 차단하고 있다.

그동안의 과정들이 예상외로 너무나 순탄하게 흘러가 기대감 속에서도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던 것이 현실이 된 듯하다. 하지만 미국이나 북한 모두 되돌리기 어려운 정도로 상당히 앞으로 나아간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의 기대대로 진통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일단 북한이 북미회담 제고까지 강도 높게 거론하고 있어 숨은 의도 찾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강경한 입장을 내세울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가운데에서 더욱 어려운 중재 역할에 나서야 될 상황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전 세계에 솔직하고 통 큰 이미지를 부각시켰는데 느닷없는 돌발 상황 전개는 북미 회담을 앞둔 수 싸움이란 분석도 예상 가능하다. 북한의 이번 발표가 김 위원장 명의가 아니란 점에서 극단적인 국면 전환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날짜까지 공언한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과 의도는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미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이겠지만 지금이야말로 남북 정상 간 소통을 위한 핫라인 통화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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