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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시대] 채무제로가 능사는 아니다

정겸 2018년 05월 17일 목요일

요즘은 모든 행정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어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과 채무 현황이 궁금하다고 생각되면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인 ‘지방재정365’ 서비스를 활용하면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예산규모, 지방세규모, 채무비율 그리고 부채현황 등 지방재정분야의 모든 통계자료를 알 수 있다.

특히, 올해 같이 지방선거가 있는 해는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앞을 다투어 그동안의 공적과 공약 그리고 “채무제로” 를 선언하고 있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각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왜 선거철에 맞추어 ‘채무제로’를 선언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안고 있는 채무가 2016년말 기준, 전국 총계가 26조4천억원으로 이미 사회적 이슈화가 되었고 주민들은 살림을 잘 꾸려가며 자치단체의 빚을 다 갚아 준 해당지역의 시장. 군수의 유능함에 찬사와 함께 감사의 마음을 선거로 보답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채무제로라고 해서 꼭 건전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 채무제로를 선언한 대개의 지자체에서는 채무를 줄이기 위해 알토란같은 공유재산을 매각하거나 중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기반시설, 즉 SOC사업의 축소로 채무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며 맞추는 경향이 있다. 설사, 지방채 등 채무는 제로가 되었어도 민자 사업(BTL) 방식으로 추진한 사업과 산하 공공기관의 각종 사업을 위해 재정보증을 제공한 부채 또한 제로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나는 과거 선친이 과감한 투자 방식으로 농토를 넓혀 나가는 것을 경험했으며 그 방법을 단순한 논리로 접근해 본다. 50년 전, 우리 농촌은 상당히 궁핍해 있었다. 따라서 한해 농사를 짓고 추수를 거둔 겨울철에는 생활 여력이 없는 농민들은 자녀들의 교육이나 일감이 많은 서울이나 인근 수원으로 이사를 가기위해 농지를 파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도 부익부빈익빈이라 농토가 나와도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림에 떡이었다. 당연히 돈이 있는 대지주들은 아무도 사지 않는 농지를 헐값에 사들이며 농토를 넓혀 나갔다. 그러던 중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농지가 매물로 나왔는데 우리 논과 연접된 농지였다. 그것도 3천3백여㎡이나 되는 당시에는 제법 큰 농지였다. 역시 우리 면에서 부자라고 소문 난 대지주는 그 큰 농지를 누가 감히 사랴 하며 땅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친도 이 땅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평생 빚이라고 모르고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살았던 터라 감히 빚을 얻어가며 그 땅을 매입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선친은 결기에 찬 모습으로 가족들을 모아 놓고 땅을 사기로 계약을 했으니 십여 년 간 허리띠 졸라매며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 나들이 길에 나섰다. 돈을 구하러 간 것이다. 결국 고리의 빚을 얻어 그 농지를 매입하게 되었고 선친은 빚을 갚느라 다른 사람보다도 한두 시간 먼저 일어나 일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벼를 수확하고 겨울철이면 놀리던 땅에 조생 보리와 시금치를 심어 이모작으로 농사를 짓는 등 5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빚을 다 청산한 기억이 아직도 내 뇌리 속에 새롭다.



농촌에서는 농지가 곧 기반 시설인 것이다. 선친은 미래 세력인 후손들을 위해 빚을 얻어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다. 아울러 그 빚을 갚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했고 그 농지를 후손에게 물려준 결과가 된 것이다. 물론 선친처럼 고리의 이자를 얻어가며 리스크를 안고 무리하게 살림을 확장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적당한 채무를 유지해가며 지역경제도약의 기반이 되는 종자 사업과 SOC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어쩌면 미래 세력들을 위해 현명한 재정운용이라 생각한다.



채무제로 선언은 어쩌면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될 SOC사업을 소극적으로 추진하여 후손들에게 물려 줄 자산의 가치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방재정운용을 단순히 계수 논리에 의한 채무제로만 성과로 볼 것이 아니라, 향후 불어 닥칠 4차 산업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된 적정한 투자 등을 통해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무제로의 허구성 논리에 갇혀 중장기적 투자를 외면한다면 이것이 바로 복지부동인 것이다.


정겸 시인, 경기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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