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가 어디지? 우리도 한 번 가볼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배경에 자주 눈길이 가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 싹트는 낭만적인 기찻길, 고뇌하는 주인공이 풍등을 날리는 눈 쌓인 사찰, 커플이 알콩달콩 데이트를 즐기는 감각적인 공간들. 멀리 갈 것도 없다. 영화·드라마 속 명장면을 탄생시킨, 이야기를 품은 경기도 여행지를 소개한다.



▲ 포천 비둘기낭폭포. 사진=경기관광공사

◇신비로운 ‘늑대소년’ 흔적…포천 비둘기낭폭포


송중기와 박보영이 출연한 영화 ‘늑대소년’(2012)은 아름다운 영상으로 개봉 직후부터 촬영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대표적인 곳이 포천의 비둘기낭폭포다. 영북면 대회산천 하류의 자리 잡은 이 폭포는 현무암이 침식되면서 만들어졌다. 폭포 뒤 동굴에서 흰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서식했다고 한다. 비둘기낭으로 불리는 이유다. 양손을 모은 듯 동그란 하식동굴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와 코발트빛 소(沼)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전설 속 비경(秘境)처럼 몽환적이다. 폭포 주변에 야생화 생태공원과 캠핑장이 있어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을 만끽하며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임진·한탕강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주상절리와 현무암 협곡 일대 경치도 일품이다. ‘늑대소년’뿐 아니라 ‘괜찮아 사랑이야’, ‘추노’, ‘선덕여왕’, ‘최종병기 활’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조선 건국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의 비밀동굴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 양평 구둔역. 사진=경기관광공사

◇첫사랑 설렘 가득한 ‘건축학개론’…양평 구둔역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대학 새내기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은 수업 과제를 위해 어느 오래된 기차역을 찾는다. 두 주인공은 두 팔로 균형을 잡으면서 레일 위를 나란히 걷는다.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이 장면을 찍은 곳이 바로 양평 구둔역이다. 일제강점기 시절(1940년) 문을 연 이 역사는 2006년 군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된 뒤 한동안 폐간이역으로 방치되다 2016년 지역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고백의 정원, 대합실, 행복제작소, 카페, 비움터, 향기의 미로, 소원의 나무 등 9개 테마 공간으로 꾸몄다. 즉석 사진 촬영과 소원 매달기를 포함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철로 위에서 풍등을 날리는 이색 경험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양평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양평에는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명소가 있다. 소설 ‘소나기’의 배경을 재현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이다.


▲ 안성 미리내성지. 사진=경기관광공사


◇‘도깨비’ 신부 될테야…안성 석남사 & 미리내성지

숱한 명장면과 명대사를 배출한 ‘도깨비’(2016)는 인기 드라마답게 촬영지도 덩달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인기 관광지로 새롭게 떠오른 곳도 있다. 안성도 도깨비 촬영지가 두 곳이나 된다. 먼저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 김신(공유)이 눈 쌓인 사찰에서 풍등을 날리는 장면은 석남사에서 찍었다. 신라 문무왕 20년(680년)에 창건된 이 절은 서운산 북동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보물 제823호로 지정된 영산전을 품고 있다.

▲ 안성 석남사. 사진=경기관광공사

특히 사찰 입구에서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긴 돌계단이 꽤 유명하다. 경치도 좋다. 도깨비 김신도 동생 김선(金善)과 왕여(王黎)의 이름을 적은 풍등을 날리기 위해 이 돌계단을 올랐다. 안성 미리내 성지 ‘103위 시성 기념성당’에서는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이 처음으로 도깨비를 소환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지은탁은 성당의 촛불을 꺼 도깨비를 불러냈다. 양성면에 위치한 미리내 성지는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신도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다. 우리나라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안치된 순교 사적지이기도 하다. 미리내는 순우리말로 은하수를 뜻한다.


▲ 파주 헤이리. 사진=경기관광공사

◇ ‘그녀는 예뻤다’ 속 예쁜 마을 파주 헤이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2015)’에는 파주가 자주 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헤이리 예술마을이다. 여 주인공 혜진(황정음)이 선물 받은 책을 읽은 갈대광장은 가족 나들이와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주인공들의 신혼집과 작업실로 나오기도 했다. 책 1만여 권이 꽂힌 서재도 인상적이다. 이밖에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트랑도 드라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 주인공이 힘든 시기에 찾은 벽초지문화수목원도 눈길을 끈다. 이름 그대로 푸른 식물과 연못이 어우러진 친환경 수목원이다. ‘용팔이’의 김태희와 주원, ‘닥터스’의 박신혜·김래원 커플도 이 수목원을 찾았다.

장환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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