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과 동두천. 경기 남부와 북부에 멀리 떨어진 두 지자체는 한 가지 아픔을 공유한다. 바로 ‘기지촌’이라는 오명(汚名)이다.

전국 대부분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는 ‘여명의 황새울’ 작전 당시 대추리 주민들이 땅에 몸을 묻고 온 몸으로 막아섰던 ‘대추리 사태’가 불과 14년 전이다.

정부는 의정부와 동두천, 파주, 하남, 화성 등 주한미군기지 반환 공여구역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활용가능한 22곳 중 절반이 넘는 12곳은 아직 반환이 이뤄지지 않거나 사업이 정체된 상태다.

1952년부터 66년간 미군기지 인근에서 희생을 강요받았던 주민들은 아직도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 87.8% 개발사업 기대 이하= 경기연구원이 반환공여지에 대한 만족도와 앞으로 개발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동두천시와 파주시, 의정부시 등 경기북부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의 만족도는 보통이하가 전체 응답자의 87.8%, 주민지원사업의 체감도도 보통 이하라고 76.3%가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발사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12.3%, 주민지원사업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23.8%에 그쳤다. 반환공여구역 인근 주민 대다수가 현재 진행 중인 개발사업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들 주민들은 국가가 반환공여구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직접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피해보상의 주체가 국가라는 응답이 70.0%, 국가의 역할은 주도적 개발이라는 응답은 47.3%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의 방향에 대해 일자리 사업과 산업단지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전체 응답자의 73.3%를 차지했으며, 전체 행정구역의 삼분의 일이 반환공여구역인 동두천의 경우 97.0%가 일자리 사업 및 산업단지 조성을 요구했다.

긴 세월 미군기지로 인해 입어온 경제적 피해를 보상받기를 바라는 심리가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반환공여지 개발사업은 주로 공원조성과 공공시설 및 청사 설립의 주를 이뤄 주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문제점, 국가지원 부족= 경기연구원은 이처럼 주민 의견과 상충하는 현 개발방향의 근본적 문제점으로 국가지원의 부족을 꼽았다.

실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상 반환공여구역 개발사업의 경우 도로·공원·하천 등 SOC 사업에만 60∼80% 한도 내에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시설 조성비는 발전종합계획에 의한 주변지역 주민지원 사업 외에는 사실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민간투자 방식의 경우에도 국방부가 평택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토지매각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막대한 토지매입비용이 리스크로 작용한다. 아직 미개발된 캠프 에드워즈의 경우 공여구역내 추정 토지가격이 평당 125만 원으로 주변지역 시세 75만 원/평 보다 50만 원이나 비싸다. 건설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선뜻 개발사업에 뛰어들 민간투자처를 찾기란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전담기구 설립 필요성 제기= 경기도가 경기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10일 공개한 경기연구원의 ‘미군 반환공여지 국가주도 개발방안’에서 경기연구원은 ‘반환공여지개발 전담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반환공여지 사업방식은 재정과 인력, 전문성 측면에서 지자체의 능력을 초과하기 때문에 반환공여지개발청이나 개발공사 형태의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기연구원은 또 개발사업 재원마련을 위한 특별회계 조성과 전담기구 설립을 위한 공여구역 특별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새만금특별법과 같이 개발청 또는 개발공사 설치·업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이밖에도 ▶토지매입비 지원범위 확대 ▶시설 조성비 지원 확대 ▶군사시설 보호구역 및 개발제한구역 해제 간소화 ▶공장신설 업종 제한 완화 ▶공여구역내 지상물 민간사용 제한 폐지 ▶부담금 등의 감면을 위한 법 개정 ▶사업시행자 사업대상 및 범위 확대 ▶반환공여지 신탁·위탁 개발 허용 ▶민간의 토지비 분할납부와 토지장기 임대 허용 등 반환공여구역내 사업성 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황영민기자/hy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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