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동.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현지시간으로 17일 칸 영화제 행사장 중 하나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이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버닝'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한국은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과 중화권, 일본, 터키 등 각국에서 온 매체들이 참석해 작품의 주제와 영화 속 숨겨진 코드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에는 많은 코드가 숨어있다"면서 "이를 설명하기보다 한편의 스릴러를 보는 것처럼 관객이 단순하게 받아들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원작의 미스터리한 점을 요즘 세상의 젊은이들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하루키의 소설과 제목이 같은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Barn Burning)를 원작으로 삼았다.

이 감독은 "포크너 소설에서는 세상의 고통에 분노한 아버지가 남의 헛간을 태운다"면서 "아버지의 분노가 아들의 분노로 옮겨가는 이야기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와 가깝다고 봤다"고 말했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노와 미스터리다. 이 감독은 "지금은 종교와 국적, 계급과 상관없이 모두가 분노하는 시대"라며 "특히 젊은 사람들은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분노를 지니면서 현실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과거와 달리 분노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데, 나는 미래가 없는 것 같다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감정"이라며 "그들에게는 이 세계 자체가 미스터리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 감독은 극 중 자주 등장하는 비닐하우스와 고급 수입차에 대해선 "비닐하우스는 한국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종수에게는 자기 자신과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 고급 수입차는 바라고 원하지만 자기 손에 닿을 수 없는, 즉 분노의 대상"이라고 풀이했다.

'버닝'은 전날 공식 상영 행사 이후 "지금까지 공개된 경쟁 부문 가운데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버닝'의 수상 여부는 오는 19일 오후 폐막식 때 가려진다.

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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