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회담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엄포성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며 '완전 초토화'(absolute decimation)라는 표현을 써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이 리비아에 들어가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를 무찔렀다는 식의 '과장된' 주장을 펴면서 북한은 리비아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동일한 모델'이 적용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면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놨다.

그는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초토화했다(decimated). 카다피를 지키는 합의가 없었다. 우리는 '오, 우리가 당신을 보호하겠다. 우리가 군사력을 제공하겠다. 이들 모든 것을 주겠다'고 카다피에게 절대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서 그를 학살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라크에서도 같은 일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카다피 모델은 완전 초토화였다"고 전제하고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다피 정권은 핵 폐기를 마무리하고 미국으로부터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을 받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독재자 카다피가 미국이 지원한 반군에 의해 권력에서 축출되고 끝내는 사살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회담 테이블로 이끌려는 '엄포성' 발언이지만, 표현의 강도가 세고 자극적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과 주고받은 일문일답을 백악관이 녹취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decimated'(4번), 'decimation'(3번)이라는 표현을 모두 7번이나 사용했다. 'decimate'는 '대량 학살하다' '몰살하다' '싹쓸이하다' '멸망시키다' '초토화하다' 등의 뜻으로 해석되는 단어다.

미 언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북미회담을 계속 정상궤도에 올려놓고자 북한을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북한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에 주목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지난 3월 북미가 정상회담에 합의한 이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던진 첫 직접적 위협이자 긴장 고조의 첫 신호라고 평가했다.

CNN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경고를 보냈다면서 이번 발언은 북한이 내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강경 모드로 급선회, 성공적 회담에 대한 기대에 타격을 준 이래 나온 가장 엄청난 발언이라고 표현했다.

미국군축협회(ACA)의 군축 전문가인 킹스턴 라이프는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은 트럼프의 발언을 위협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북한의 강경론자들이 핵 감축을 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이를 사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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