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5만t급 자동차 운반선서 불… 내부 연기·열기로 진화 난항
방화벽 열려있어 불 금방 퍼져

▲ 21일 인천항 1부두에서 수출용 중고차 2천여대가 실린 5만t급 화물선에서 화재가 발생, 출동한 해양경찰 경비함과 인천소방 소방정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윤상순기자

21일 오전 9시 39분께 인천항 1부두 내 5만t급 대형 자동차 운반선에서 불이나 인근 지역이 7시간 가까이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소방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오전부터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선박규모가 크고 연기가 심해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불이 난 곳은 인천시 중구 항동7가 인천항 1부두에 정박 중인 파나마 국적의 5만2천422t급 중고차운반선 오토배너호.

이 불로 길이 199m·폭 32m·높이 18m 규모의 화물선 일부가 타고, 배에 실려 있던 중고차 2천100여 중 상당수가 화재로 피해를 입었다.

화재 당시 한국인 4명과 외국인 24명 등 배에 있던 선원 28명 전원은 화물선 후미에 있다가 배 옥상으로 대피했고, 이후 119 구조대에 구조됐다.

화물선 선장 A씨는 “중고차 선적 작업을 하던 중 절반가량 화물선에 실었을 때 불이 났다”며 “화재 발생 연락을 받고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평소 훈련했던 매뉴얼대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9시 58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80여대와 인력 240여명을 투입했다.

대응 2단계는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소방당국은 오후엔 중앙구조본부 수도권특수구조대 등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불이 난 화물선 규모가 크고 연기와 열기가 거센 탓에 내부 진입이 쉽지 않아 오후 늦게까지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화물선 내부의 연기와 열기를 배출하기 위해 배 외벽에 가로 1m, 세로 1m 크기의 구멍을 세 군데 뚫으며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방관계자는 더딘 진화작업에 대해 선내 방화벽이 작동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변수남 소방청 119구조구급국장은 “만약 배에 차량을 다 적재한 상태였다면 불을 금방 끌 수 있었을 것이다. 차량을 계속 배에 싣고 있는 도중이어서 선내에 설치된 방화벽이 열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방화벽이 열려 있다 보니 불을 막는 CO2(이산화탄소) 장비가 작동했지만 (불이 퍼지는 공간이 너무 넓어) 금방 소진됐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13층 높이의 화물선 11층 선수(뱃머리) 부분에 적재된 한 중고차에서 엔진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강명빈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