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단추

핸드폰 속으로 물이 흐른다
물소리를 내는 여자가 흐느낀다

핸드폰을 귀에 댄 채
24시편의점 처마 밑에 서 있다

그녀의 계곡으로부터 흘러온 물은 
고여 있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콸콸 흐른다
오른쪽 얼굴이 뜨거워진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유유히 흐른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질문으로
오른손이 축축하다

그녀의 물줄기에 대해
오랜 세월 영원히 열어 보인
물의 귀에 대고 말한다
자신의 그림자를 끌고

그러니까 내가 대답을 하고
그녀가 대답을 하는 사이에 있던 질문들은
잘못 끼워진 단추를 들여다보고 추적해보는
궤적의 방향 같은 것이다 

이제 반성하는 습관을 버리면 된다는
거기와 여기가 철철 흐르고 있다

또다시 울리는 그녀의 진동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쥔 채
나는 물줄기를 따라 걷는다




권오영 시인

강원도 원주출생,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2008년 ‘시와 반시’로 등단, 2018년 나혜석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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