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들은 무료로 중국어를 배울 수 있고, 강의를 하는 저는 강의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강사나 수강생이나 서로 윈윈이지요.”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에 재학중인 조선족 유학생 한권휘(28·중국) 씨는 24일 중국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씨는 주말마다 수원의 한 미팅룸을 빌려 중국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강료 ‘무료’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매주 20여명의 학생들이 찾아올 만큼 인기가 좋다.

한씨는 유학을 오기 전 중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제품의 소개글을 번역하는 일을 해왔다. 그러다가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를 구사할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한국 유학을 선택했다.

그는 유학생활을 시작하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중국어 과외를 시작했다. 2개 국어 구사가 가능했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쉬울 줄 알았지만 강의 때마다 자신의 목소리가 떨림을 알게 됐다.

한씨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할때 떨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며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문법 위주의 틀에 짜인 학원 방식이 아니라 나만의 교수 방식을 찾아 직접 중국어 스터디 그룹모임을 진행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시작된 스터디 모임이 아니었기에, 강의는 무료로 진행됐다. 한씨의 재능기부로 학생들은 중국어를 공짜로 배울 수 있게 됐고, 한씨는 자신의 두려움을 없애고 나아가 강의 실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의 모임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기존 학원이나 과외가 어학실력에 대한 차등을 둬 초급, 중급, 고급 등으로 강의가 세분화되지만 한씨의 스터디그룹은 실력에 대한 구분을 하지 않는다.

한씨는 “다른 중국어 스터디 모임들은 유료로 운영되면서 나이와 실력에 제한을 두는 곳이 많았다”며 “그러나 우리 스터디 모임은 실력과 상관없이 즐겁게 대화하는 방식의 중국어 수업을 지향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강의는 스피드퀴즈를 통해 고급자는 문제를 내고, 초급자는 정답을 맞추는 게임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중국어 토론을 진행할때 고급자가 직접 토론 대본을 작성하고, 초급자가 그 대본을 읽으며 서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씨의 스터디그룹에서 공부하던 한 50대 여성 주부는 뒤늦게 중국어에 흥미가 생겨 중문학과에 진학했고, 중국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중국어로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기 위해 찾아오는등 뿌듯한 성과가 계속되고 있다.

한씨는 “중국어 스터디 모임 자체를 봉사그룹으로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어를 무료로 가르쳐주고 싶다”며 “1명의 수강생만 남더라도 이 수업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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