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습지는 아이들에겐 살아 있는 자연 학교이자 어른들에겐 더없이 좋은 힐링 장소다. 


안산에는 갈대습지공원이, 인제 대암산에는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용늪이 자리 잡고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금개구리가 서식하는 태안 두웅습지도 빼놓을 수 없다.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닌 습지를 소개한다. 



◇ 안산갈대습지공원 

2002년 개장한 103만7천500㎡ 규모의 인공습지다. 시화호로 유입되는 반월천·동화천·삼화천의 수질 개선과 생물 다양성 유지를 위해 조성됐다. 데이트 장소와 견학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해마다 30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안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공원은 크게 야생동물이 쉴 수 있는 ‘Island(인공섬)’와 어류 등이 서식하는 ‘Open Water’, 갈대 조성 지역인 ‘Close Water’로 나뉜다. 습지에는 290여종의 식물이 서식하며 수많은 철새도 이곳을 머문다. 먼저 황태생태관이 눈에 띈다. 1층에는 시화호의 역사와 습지 생물에 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어 아이들에게 유익하다. 2층은 습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 경관을 감상하거나 망원경으로 각종 야생 조류를 관찰해도 좋다. 갈대습지를 소개하는 영상도 상영한다. 환경생태관 앞에는 생태연못이 있다. 연못에 핀 수련이 시선을 끈다.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들면 더 많은 야생화들이 고개를 든다. 1.7km의 탐방로를 걸으면서 습지 내부로 들어 가보자. 습지를 가득 메운 갈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운이 좋으면 갈대 숲 사이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다. 새들의 지저귐도 나쁘지 않다. 단,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음식물을 섭취하면 곤란하다. 공원은 생태해설사와 습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습지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미리 견학신청을 해야 한다. 5개월 동안 임시 휴장한 습지공원은 이달부터 방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은 들어갈 수 없고, 자전거와 인라인도 출입 금지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마감 20분 전에는 입장해야 한다. 



◇ 인제 대암산 용늪

해발 1천280m에 자리 잡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고산 지대 습지)이다. 국내 1호 ‘람사르 습지’로 상징성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용늪이 있는 대암산 전체가 천연기념물(246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승천하는 용이 이곳에서 쉬어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용늪이란 이름이 붙었다. 습지 면적은 1.06k㎡에 이른다. 

다양한 희귀식물 등이 서식하는 용늪은 인제와 양구에서 오를 수 있다. 사전 예약은 필수다. 인제는 2주전, 양구는 20일 전에 탐방 신청을 해야 한다. 인제군 생태관광 홈페이지(sum.inje.go.kr)와 양구생태식물원 홈페이지(yg-eco.kr)에서 할 수 있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탐방 인원은 하루 250명(인제 150명·양구 100명)으로 제한했다. 탐방 적기는 7~8월이지만 초여름인 지금도 쉽게 접하기 힘든 여러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비로용담, 끈끈이주걱, 삿갓사초 등의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멸종 위기에 놓인 산양과 하늘다람쥐, 삵도 용늪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인제 용늪평화생태마을 인근에는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 있다. 용늪을 포함한 DMZ 생태계 전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관을 운영한다. 생태체험과 현장체험 프로그램도 유익하다. 



◇ 창녕 우포늪. 

국내 최대 자연 내륙 습지로 담수 규모가 축구장 210개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둘레는 7.5km에 이른다. 광활한 늪에는 가시연꽃과 생이가래, 부들을 포함한 480여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우리나라 수생식물의 절반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쇠물닭, 논병아리,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쇠오리 등 62종의 조류와 수서곤충, 포유류, 양서류, 패류 등 다양한 생물이 터전으로 삼고 있다.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에는 람사르습지에 지정됐다. 제방을 경계로 우포·목포·사지포·쪽지벌·산밖벌로 나뉜다. 우포늪을 탐방하기 전에 우포늪생태관에 들러도 좋다. 3D 입체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우포늪의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탐방 코스는 우포늪의 자랑이다. 생태관에서 출발해 전망대를 거쳐 숲탐방로 1길을 찍고 돌아오는 1km 코스부터 2.5km, 4.8km, 8.4km 9.8km 코스까지 선택지가 많다. 두 개의 자전거 길도 나 있다. 일부 구간은 수위가 높아지면 이동이 제한된다. 



◇ 태안 두웅습지 

신두리해안사구 남쪽에 형성된 배후습지다. 전체 면적은 6만 5천㎡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국내 습지 가운데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다음으로 작다.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와 멸종위기에 놓인 노랑부리백로, 금개구리, 물장군 등이 서식한다. 모래 함정을 만들어 곤충을 잡아먹는 개미귀신도 있다. 배에 황금빛이 감도는 금개구리는 이달 말부터 번식기에 접어든다. 녹색 울타리를 친 곳이 금개구리 서식진데, 잘 움직이지 않는데다 개체 수가 적어 모습을 관찰하긴 쉽지 않다고 한다. 대신 울음소리는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신두리해안사구센터에서 두웅습지와 관련한 각종 자료를 챙겨보는 것도 좋다. 

장환순기자/ 사진=안산시·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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