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화학물질 '비스페놀A' 경기도내 주민센터·구청서도 검출
비스페놀A 없는 감열지 가격… 일반 감열지와 10%정도 차이
"비싸다 인식해 사용 안한 듯"

"주민센터 순번대기표를 만지기만 해도 손에 화학물질이 묻어날 수 있다고요?"


순번대기표나 영수증 등으로 쓰이는 감열지에서 '비스페놀A(화학물질)'가 검출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가운데, 경기도내 동(洞)주민센터나 구청 순번대기표를 통해서도 이같은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피부 접촉만으로도 화학물질의 체내 유입이 가능하다고 조사된 감열지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1년 서울지역에서 발행되는 순번대기표, 영수증 등 감열지 27종을 조사한 결과, 89%에 달하는 24종에서 비스페놀A가 0.8~1.7%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피부 접촉만으로도 체내 유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서울지역 환경단체(환경정의 등)가 서울지역 25개 구청 순번대기표를 조사했을 때도 43개 감열지 중 39개(90.7%)에서 평균 1.2%의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감열지란 표면을 화학물질로 코팅해 열이 가해지는 지점에 색이 나타나는 특수용지이며, 가열시 색을 내기 위한 발색촉매제로 비스페놀A가 주로 사용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비스페놀A는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등 생식 독성을 야기할 수 있으며, 적게 노출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내 일부 주민센터나 구청에서도 이같은 감열지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A지자체 내 20여 개 주민센터와 구청 등에 감열지를 납품하는 B업체는 납품 중인 모든 기관에 비스페놀A가 검출되는 감열지를 납품하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수년전 감열지에서 화학물질이 나온다고 했을 때 '비스페놀 Free' 감열지가 유통됐었지만 일시적일 뿐이었다"며 "사실 비스페놀 Free감열지와 일반 감열지 가격 차이는 10%밖에 나지 않는데 기관이나 업체가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해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C지자체 내 일부 주민센터와 지역 병원 등에 감열지를 납품하는 D업체 역시 '비스페놀 Free' 감열지를 주문하는 공공기관은 없다고 전했다.

이날 주민센터를 찾은 유모(32)씨는 "순번대기표에서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다른 곳은 몰라도 주민센터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인체에 무해한 순번대기표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순번대기표로 사용되는 감열지에서 환경호르몬이나 화학물질이 나오는지 몰랐다"며 "이때문에 모두 사용한 뒤 재구매할 때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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