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이란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의 사건이 이번 5월에도 여러 건 발생하였다. 세 번이나 가정폭력 신고를 했었으나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결국에는 동거남의 손에 숨진 여성도 있었고, 용인에서는 일가족 세 명을 모두 살해한 아들이 무기징역을 받기도 했다. 또한 아동학대사건은 이번 달에도 여전히 증가추세에 있다. 가정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대 및 치사사건들의 공통점은 바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가해행위는 반복적이고도 상습적으로 발생한다.

우리가 의문을 갖게 되는 지점은 이렇게 오랜 시간 지속성이 있는 폭력행위를 사법권을 이용하여 중단시킬 수는 없는지 하는 문제이다. 타인을 폭행하고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것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일어나게 되면 천편일률적으로 은폐되고 만성화된다. 국가의 사법제도마저 가정보호주의라는 거창한 철학을 내세워 강제력을 동원하여 개인하기를 꺼린다. 이 같은 경향성은 영미권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타인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도 있는 폭력행위에 대하여서는 집 밖이냐 안이냐를 가지고 않고 체포우선주의(arrest first)를 적용한다.

5월이 특별하다보니 언론사의 부탁으로 200여건 아동학대 사건의 판결문 분석을 수행하였다. 판결문을 읽어나가다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아무리 학대가 있다고 신고를 하였다 해도 우리나라에서의 학대 가해자는 대부분 범행의 현장이었던 집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들은 집행유예되어 집으로 모두 돌아온다. 더욱이 심지어는 친족성폭력 사건에서조차 친권을 박탈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참 놀라운 일이었다. 훈육 목적의 신체적 폭력이었다며, 아버지의 생활능력 없이는 가정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상습적인 학대가해자의 형을 모두 유예시켜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물론 80시간 정도의 학대예방교육을 수강하라는 조건이 붙기는 하였으나 그 정도 교육으로 어제까지 체벌을 가정교육의 유일한 방법이라 믿던 생각이 음주습벽과 함께 완전 사라질 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교육을 조건부로 하여 모든 아버지 어머니를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냈다. 친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혹자는 대안이 없어서라고 주장한다. 즉 나쁜 부모들보다 아이들을 더 잘 돌볼 곳이 있다면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제도라는 것은 필요가 존재하지 않으면 한 발도 나아가지 않는다. 가해자로부터 피해아동을 분리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만 요보호 아동이 갈 곳이 마련될 것이다. 물론 현재도 아동보호시설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기관에 대한 이해도를 가진 검사나 판사들은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결국 폭행을 해도, 성폭행을 해도 친부모보다 더 나은 보호자는 없을 것이라 자의적 판단을 내린다. 판결문 분석을 통한 실상은 처참했다. 전문심리위원으로 학대치사사건의 재판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 필자로서는 상습적인 가해자들로부터 분리되지 못한 아이들의 복지가 심히 걱정되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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