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 동선 노출 막으려 경호 최소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헤어지고도 세 시간 가까이 더 지난 26일 오후 8시께 청와대가 공개하기 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이는 김 위원장이 25일 오후 회담을 제의하며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회담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경호, 보도 등의 복잡한 준비 절차로내실 있는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차량이 통일각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제공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이후, 다음 날인 26일 청와대에서 판문점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눈에 띄지 않게끔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단 문 대통령 경호 규모를 최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일반적으로 문 대통령이 이동하면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앞뒤로 적잖은 차량이 배치돼 경호 업무를 담당하는데, 언론에 공개된 문 대통령의 판문점 도착 모습을 보면 평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차량이 함께한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경호 규모를 평소와 마찬가지로 꾸려서 움직일 경우 도로에서 쉽게 눈에 띄어 보안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런 조처를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탑승한 차량도 평소에는 타지 않던 차종이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장에 도착,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청와대제공

 문 대통령은 일반적인 외부 일정을 소화할 때는 대개 검은색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은색 벤츠를 타고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 앞에 내렸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의 동선상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까지 오직 차량으로만 이동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기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에서 판문점으로 향하는 강변북로의 휴일 도로 사정을 고려할 때 헬기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청와대에서 곧장 헬기로 이동하면 대통령의 이동 사실이 노출될 수도 있으니 청와대에서 좀 떨어진 장소로 이동해 헬기를 타고 판문점 인근 군부대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차로 갈아탔지 않았겠냐는 것이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헤어지며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기상 사정 때문에 취소되긴 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무장지대(DMZ) 동반 방문을 추진했을 때 헬기로 판문점 인근 군 기지에 도착해 차량으로 DMZ까지 이동한 적이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암행경호를 해서 판문점까지 갔다"고 말해 이날 강변북로의 차량 흐름과는 무관하게 큰 어려움 없이 이동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 판문점까지의 거리는 약 65㎞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출발, 인근 도로에 잠시 내려 시민들과 4∼5분가량 인사하는 시간을 포함해도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판문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와 달리 문 대통령이 지나는 도로를 전면적으로 통제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달려 판문점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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